8월 20∼21일 이틀 동안 '생명을 낳는 어머니는 생명을 기르고, 생명을 지키기를 원한다'는 주제로 제50회 일본어머니대회가 도쿄에서 열렸다.

일본어머니대회 개최는 원자폭탄 피해와 관련이 있다. 1955년 일본 참치배가 비키니섬 근처를 지나다 방사능에 노출되었다. 이 사건은 일본여성들에게 히로시마, 나가사키 피폭의 경험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여성들은 원자폭탄의 피해와 피폭자의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침묵할 수 없었다. 그 때는 여성운동, 여성주의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전국적인 핵무기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핵무기를 폐기하고, 생명을 지키며, 전쟁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어머니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제50회 어머니대회 첫째 날은 50여 개 분과회가 열려 8300명이 참석했다. 분과회는 어린이와 교육, 평화와 민주주의, 여성의 지위향상, 남녀평등 등을 주제로 열렸다. 이 날 '핵무기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성취하기 위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 '미국 이라크전 군인 가족모임'에서 온 아델 쿠바인, '핵무기 폐지 시장(市長)회의'를 지원하는 미호 치보트, '신일본부인회'의 다카다 기미코 회장과 필자가 발표자로 참석했다. 이 심포지엄에 일본 전역에서 온 30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참여하고 있는 핵무기 철폐 투쟁, 헌법 9조 지원투쟁을 설명했다. 일본 여성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얼마나 열심히 평화운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국제심포지엄은 신일본부인회가 조직하고 일본여성평화기금이 후원했다. 일본여성평화기금은 2000년 레일라화장품이 시작한 재단이다. 레일라화장품은 화장품 한 개에 1엔씩 적립하여 이 기금을 여성평화기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기금으로 평화운동을 하는 외국여성을 일본에서 열리는 평화대회에 매년 초청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화장품 회사와 여성평화운동의 결합, 부러운 대목이다.

둘째날 전체 대회가 국제전시센터에서 열렸다. 일본 전역에서 올라온 1만2000명 여성들은 센터를 가득 메웠다. 이번 대회는 대회 개최 50주년을 맞아 대회 발족의 주요 동인이었던 핵무기 폐기와 전쟁을 저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일본사회가 점점 보수화하고 헌법 개정 논의가 점차 힘을 받고 있어서 '전쟁과 군대 보유를 부인'하는 일본헌법 9조 수호 주장은 대회 내내 들을 수 있었다.

분과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참가자들은 아이들에게 미소와 희망을 주는 교육·평등한 인간관계·일상생활에 권리를 갖기를 원하며, 핵무기·전쟁·군사기지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과 민주주의를 원하며, 여성지위향상·남녀평등·어머니운동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기로 결의했다.

어머니들이 정치적인 주장을 서슴없이 당당하게 하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보통 어머니 하면 자식을 위해 희생, 양보, 인내하는 여성으로 주로 사적 영역에 머물러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세번에 걸친 참담한 피폭 경험을 통해 일본 여성들은 50년 전부터 평화, 교육, 양육의 문제를 하나로 보고 이념, 계파, 종교를 떠나 하나가 되어 평화의 수호자로서 그 역할을 당당히 해오고 있었다. 일본의 경험이 낳은 여성운동으로서 어머니운동은 일본 역사가 만든 독특한 여성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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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국제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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