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저출산 대책 발표]
늘봄학교 전체 초등학교에 확대
부모급여 지급액 월 100만원으로
자녀장려금 지급 기준도 확대
전문가 “정책의 연속성 담보”
“실효성 우려” 의견 엇갈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여성신문

정부가 저출산(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보다 보편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번 제도 개편안에 전문가들은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기대했던 파격적 조치는 없었다고 평하는 한편 정책의 실효성을 우려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가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7년여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들과 정부위원인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해 저출산 대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출산 문제는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사회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정부 지원과 아울러서 문화적 요소, 가치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아이를 낳고 싶도록 하는 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비전은 빠져 있다. 앞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으로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제시했으나 이번 대책에선 ‘성평등’이라는 말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 

이날 김영미 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생 관련 4대 추진전략, 5대 핵심 분야로 구성한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를 보고했다. 4대 추진 전략은 △선택과 집중 △사각지대·격차 해소 △구조개혁과 인식 제고 △정책 추진 기반 강화이며, 5대 핵심 분야는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시간을 △가족친화적 주거 서비스 △양육비용 부담 경감 △건강한 아이, 행복한 부모로 설정했다.  

근로시간 단축, 자녀 만 12세로

위원회는 돌봄과 교육, 일·육아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에서의 핵심 과제들을 제시했다. 우선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질을 향상한다. 실수요 충족을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및 어린이집 시간제보육도 확대한다. 유보 통합을 통해 모든 영유아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서비스 질을 제고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늘봄학교를 단계적으로 전체 초등학교에 확대한다.

최근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받았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활용도도 높인다. 일·육아 병행 지원제도와 관련해 근로감독 확대 및 전담 신고센터를 신설하고 ESG 정보공시(일·육아 병행 지원제도 활용지표 검토) 등을 통해 제도 실효성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경력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지원 대상(만 8세→만 12세)·기간(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최대 36개월)·급여(일 1시간→일 2시간 통상임금 100% 지원)를 확대한다. 육아기 재택근무 지원의 법적근거를 마련할 것을 검토한다. 부모 육아휴직 맞돌봄 확산 인센티브도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지원, 대체인력지원 서비스를 강화한다. 

전세자금 대출 특례상품 확대

현금성 지원제도를 확대해 양육비 부담도 줄인다. 만 0~1세 아동에게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지급액을 확대(만 0세 월 100만 원, 만1세 월 50만 원)한다. 자녀장려금(CTC) 지급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자녀장려금은 연 소득 4000만 원 미만이면서 재산이 2억4000만 원 미만인 부부에게 자녀 1인당 최소 50만 원, 최대 8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하는 제도다.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자금 특례대출도 지원한다. 주택구입자금대출(금리 연 2.4%) 소득 요건은 기존 7000만 원 이하에서 8500만 원 이하로, 전세자금대출(금리 1.65%) 소득 요건은 6000만 원 이하에서 7500만 원 이하로 각각 완화된다. 이를 통해 신혼부부 약 1만 가구가 추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이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변화를 선택했다고 평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저출산 대응의 초점이 청년의 결혼에 맞춰져 있었는데, 아이 중심 지원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면서도 “조금 더 파격적으로 정책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제도의 실효성을 우려했다. 송 교수는 “육아휴직도 제대로 못쓰고 있는데, 기업 내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제도를 제대로 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에 여성 관점이 없다”며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게 남녀가 같이 사용하는 기초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주로 제도의 사용 대상이 되고, 기업에서 여성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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