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인플루언서 틱토커와 유튜버들. 사진=유튜버 쇼츠 화면 중 일부
디인플루언서 틱토커와 유튜버들. 사진=유튜버 쇼츠 화면 중 일부

“제발 이건 사지 마세요. 살 필요 없는 물건들을 ‘디인플루언스’(De-influence) 하겠습니다.”

광고와 협찬을 받아 상업적 홍보로 수익을 올리는 ‘인플루언서’가 지고 솔직하면서도 단호한 리뷰를 하는 ‘디인플루언서’(de-influencer)가 뜨고 있다.

신종 직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SNS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쌓고 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최근엔 특정 제품을 사지 말라고 외치는 디인플루언서가 등장했다. 구매를 권유하는 인플루언서가 점차 늘어난 것에 대한 반작용인 것.

이미 해외에선 ‘디인플루언싱’ 콘텐츠가 화제다.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숏폼’(15~60초 분량의 짧은 영상) 플랫폼인 ‘틱톡’에 #Deinfluencer가 달린 게시물은 1300만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틱톡에서 #Deinfluencing이 붙은 게시물은 1억2690만개를 웃돈다. 미국의 틱톡커 얼리사 크로멜리스(26)는 고가의 헤어·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제품에 대해 여과 없이 평가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첫 게시물부터 80만4000개 이상의 ‘좋아요’와 조회수 약 550만회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인플루언서가 늘어나는 현상의 원인으론 ‘과도한 홍보’가 꼽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사람들에게 물건을 사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이 요즘 틱톡의 새 트렌드”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종 플랫폼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제품 권장과 홍보 콘텐츠에 대한 응수이자 과잉 소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광고대행사 ‘메커니즘’의 최고소셜미디어책임자(CSO) 브렌던 게한은 WP에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상품이 너무 많아지는 데 대한 반응”이라며 “틱톡 게시물에 ‘#틱톡 보고 구매’(#tiktokmademebuyit)라는 해시태그가 범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도 디인플루언싱 콘텐츠가 등장했다. 38.5만 뷰티 유튜버 후니언은 ‘제발...이건 사지 마세요(팩폭리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7만2천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 흐름을 타 유튜버 일하는앤지도 ‘명품캐리어 진짜 좋은데 사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유튜브 화면 중 일부
국내에서도 디인플루언싱 콘텐츠가 등장했다. 38.5만 뷰티 유튜버 후니언은 ‘제발...이건 사지 마세요(팩폭리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7만2천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 흐름을 타 유튜버 일하는앤지도 ‘명품캐리어 진짜 좋은데 사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유튜브 화면 중 일부

국내에서도 디인플루언싱 콘텐츠가 등장했다. 38.5만 뷰티 유튜버 후니언은 ‘제발...이건 사지 마세요(팩폭리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7만2천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 흐름을 타 유튜버 일하는앤지도 ‘명품캐리어 진짜 좋은데 사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국내에서 디인플루언서가 나타난 배경엔 ‘SNS 뒷광고’가 있다. 2020년 인플루언서들의 SNS 뒷광고 문제가 불거졌다. 뒷광고는 인플루언서가 광고주에게 제품이나 금전 등의 대가를 받았지만 이를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하더라도 알아보기 어렵게 표시한 광고성 게시물을 뜻한다. 해당 게시물을 보는 사람이 광고임을 인지하지 못하게 기만하는 광고 형태인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기만 광고를 방지하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 주요 SNS를 대상으로 ‘SNS 부당광고 방지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총 2만1037건의 부당광고 의심 게시물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총 9510건, 네이버 블로그 9445건, 유튜브 1607건의 부당광고 의심 게시물이 발견됐다.

특히 SNS 뒷광고는 숏폼 콘텐츠에서 활개 치고 있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은 2022년 2분기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288건의 부당광고 의심 게시물을 발견했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은 “숏폼콘텐츠는 제작이 쉽고 콘텐츠 소비가 빠르며 전파력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그동안 인플루언서에 대한 문제가 많았다”며 “디인플루언서가 나타난 것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우리에게 주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독이 있을 때 디톡스 현상이 있는 것처럼 디인플루언서 또한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았다”며 “디인플루언서는 내용은 상반되지만 개별 맞춤형 소통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인플루언서와 똑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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