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뉴시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뉴시스

20대 초임 경찰관을 전화, 문자로 수십차례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현직 경찰관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종길)는 28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41, 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6~8일 피해자 B씨에게 24회에 걸쳐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전송해 공포심, 성적 불쾌감 등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초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 됐으나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며 알게 된 B씨에게 SNS를 통해 ‘라면 같이 먹고 싶은 사람’, ‘아저씨 나쁜사람 아니다’ 등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자 직후 피해자 B씨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11월에는 “아주 불쾌하고 희롱적인 발언이라 생각 들어서 기분 더러워요. 진짜 불쾌해요. 수치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일절 개인적인 연락이나 안 했으면 좋겠다” 등 내용이 담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지를 확인한 A씨는 약 1년간 B씨에게 연락하지 않다가 B씨가 준비하던 승진시험 등을 화제로 지난해 다시 범행을 이어갔다. A씨는 밤늦게 전화해 ‘네가 이쁘다’, ‘집 앞으로 가고 싶다’ 등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선 넘지 말라”고 경고했고, 경찰 내부망에 A씨의 범행을 알린 후 고소했다.

검찰은 “같은 지구대 근무 당시 피해자는 초임 경찰관이었고 피고인과는 팀이 달라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는데도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했다”며 “특히 상명하복 문화의 조직에서 계급이 다른 피고인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A씨가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다며 약식명령보다 많은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표현했으나 이후 그러한 의사가 묵시적으로 철회됐다”며 “피고인 행위가 성인 남녀 간 호감을 표시한 정도로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고, 불쾌감을 줄 순 있으나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었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양형에 대한 의견은 벌금 500만원 2명, 벌금 400만원 1명, 벌금 300만원 3명, 벌금 200만원 1명이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평결을 종합한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만나서 한 대화는 근무 장소 내 또는 근처에서 이뤄진 일이며 그러한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거절 의사가 묵시적으로 철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해자는 일관되게 불쾌감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이라든지, 두려움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의 진술에 비춰볼 때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준 점, 일반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