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철 작가
ⓒ오재철 작가

“아빠, 여기가 ‘오늘의 우리집’이야?”
한 지인 가족의 초대를 받아 그 집으로 찾아간 날이었다. 초대 받은 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는 내 손과 포개진 작은 손을 놓은 채 집안으로 뛰어들어가며 내게 물었다. 4살 아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눈을 뜬 채 말이다.

“뭐라고? ‘오늘의 우리집’이라고?”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단어의 조합에 나도 초대자도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오늘의 우리집’이라··· 참 예쁜 말이지 않는가? 어제의 우리집, 오늘의 우리집... 이렇게 매일마다 우리집이 바뀐다면 움직이는 성 속에 사는 어느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생소하지만 아름다운 단어가 아이의 입에서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엄마, 아빠 둘다 모두가 여행 작가인 관계로 아란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여행길에 올랐다. 돌잔치 대신 돌맞이 캠핑을 떠났고, 두 돌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캐나다의 겨울 속으로 40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는 자연스레 눈밭을 뒹굴었으며, ‘엄마’, ‘아빠’ 다음으로 ‘눈’이라는 단어를 익혔다. 승용차를 타는 것도 익숙치 않은 나이에 캠핑카를 타고 유럽 전역을 돌았고, 정확한 지명과 위치는 모를지언정 창밖의 풍경이 매일같이 바뀜을 느끼며, 반짝이는 별들을 이불 삼아, 아이는 잠이 들었다. 가히 일찍부터 여행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 꼬마 여행자에게 ‘우리집’이라는 형태는 고정된 게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날은 초원 위가 우리집이었고, 어느 날은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이 우리집이었다가 또 어느 날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통나무집이 우리집이 된다. 그러니 어제의 우리집과 오늘의 우리집이 다른 건 아이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

문득 의문이 들었다. 태어난 지 고작 3년이 채 안 된 아이에게 ’우리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의 정의와는 다를것이다. 꼬마 여행자 아란에게 집이란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곳. 즉, 집의 형태 보다는 집의 본질, 다시 말해 ‘house’ 보다 ‘home’으로써 ‘우리집’을 인식한 게 아니었을까

아란이가 내뱉은 ‘오늘의 우리집’ 이후로 아이의 말과 행동을 더욱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자유로운 방식의 여행 속에서 자란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조금 다른 면들이 야금야금 보였다. 아이와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밀도 있게 부대낀 덕분에 그 다름이 어떠한 경험에서 발현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에피소드들을 ‘여행 육아’라는 카테고리로 모아 보았다. 

여행 작가의 시선으로 본 ‘여행 육아’이야기를 여성신문 독자들에게 선보일 생각에 마음이 달뜬다. 앞으로 ‘여행 육아’의 길을 따라 함께 행복한 여정이 되기를...  길 위의 영감이 여러분에게 가 닿기를... 여러분들의 삶에 아름다운 파장을 만들어 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재철 여행·사진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해 상업사진가로 일한 오 작가는 저서 『함께, 다시. 유럽』,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을 펴냈다. 
오재철 여행·사진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해 상업사진가로 일한 오 작가는 저서 『함께, 다시. 유럽』,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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