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1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1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인쇄물’을 배부·살포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이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 등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헌재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할 뿐 아니라, 후보자에 비해 선거운동의 허용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은 일반 유권자에 대해서는 더욱 광범위하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애초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 선거와 관련한 국민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인쇄물에 대해 "다른 시설물에 비교해서 볼 때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경제력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의 불균형이 크지 않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국회가 2024년 5월31일을 시한으로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법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위헌 제청을 신청한 A씨는 선거를 180일 미만 앞두고 선거 관련 인쇄물을 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따르면 선거일 전 180일 때부터 선거일까지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사진이나 인쇄물 등을 살포할 수 없다. 93조 1항은 이를 위반한 자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적용 법규가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성남지원 재판부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