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대상 외국인 무기한 구금 근거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헌재 “과잉금지 원칙 등 위배돼”
인권위 “법무부·국회, 후속조처 나서야”

‘외국인보호소 무기한구금 허용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  위헌결정 촉구 기자회견’이 2022년 10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렸다.  ⓒ셰어 제공
‘외국인보호소 무기한구금 허용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 위헌결정 촉구 기자회견’이 2022년 10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렸다. ⓒ셰어 제공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무기한 구금할 수 있게 한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3일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내 이주구금 제도의 큰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사람을 즉시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없을 경우, 보호의 적정 여부에 대한 심사 등 절차 없이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보호기간의 상한은 명시하지 않았다. 어린이조차도 무기한 구금 대상이 됐다. 이렇게 장기간 보호된 외국인들의 정신적·육체적 피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헌재는 이 조항이 △보호기간의 상한이 없어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고 △보호가 적절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제3자의 판단 절차가 없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앞서 헌재는 2014년과 2018년 같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엔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2015년 유엔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이주민의 장기 구금 문제를 지적하고 ‘이주구금은 적절한 최소기간 동안 최후의 수단으로 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날 송두환 위원장 명의의 환영 성명을 내고 “오늘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외국인보호제도가 인권적 측면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특히 ‘아동의 이주구금은 법으로 온전히 금지되어야 한다’는 국제인권규범이 충실히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보호기간의 상한을 적절하게 정함으로써, 무기한 보호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가 충실히 반영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국회가 입법개선 시한인 2025년 5월30일에 맞춰 인권적인 보호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 많은 나라가 구금 없이 다른 수단을 동원해 강제퇴거 명령을 집행하고 있다. 구금하더라도 분명한 기한을 정한다. 예컨대 대만의 이주구금 상한은 100일, 이스라엘은 90일이다. 

인권위는 “(해당 법조항이 개정되면)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출국을 거부하거나, 보호기간 상한을 초과해 보호해제된 외국인의 범죄·도주 가능성이 커질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앞서 이주 구금 상한제도를 도입한 독일과 대만의 사례를 볼 때, 위의 우려를 뒷받침해줄 실증적인 통계 자료는 없다. 오히려 보호기간 상한 설정으로 강제퇴거 제도가 더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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