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강아지의 날’… 한편에는 도살장서 죽어가는 ‘식용 개’가 있다
‘국제 강아지의 날’… 한편에는 도살장서 죽어가는 ‘식용 개’가 있다
  • 이수진 기자
  • 승인 2023.03.23 15:27
  • 수정 2023-03-24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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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개 도살장 재현한 부스 서울 마포구 신촌 일대서 열려
동물권 단체 “윤 대통령 ‘개 식용 금지 추진’ 공약 이행” 촉구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개 식용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와 반려견. ⓒ이수진 기자
23일 서울 마포구 신촌 일대에서 열린 ‘국제 강아지의 날: 진실의 방’ 기자회견에서 강아지가 활동가의 품에 안겨 있다. ⓒ이수진 기자

3월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개 도살장이 등장했다.

동물권운동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이날 서울 마포구 신촌 일대에서 개 식용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 강아지의 날: 진실의 방’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개 도살장을 재현한 부스를 공개했다. 

기자회견 현장에 설치된 컨테이너 부스는 지난 2021년 동물해방물결이 장기간 잠입 조사 후 급습·철폐한 경기도 여주시 계신리 도살장을 모티브로 했다.

개 도살장은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도살자들은 발각되면 쉽게 철거하기 위해 컨테이너, 슬레이트, 천막 등을 활용한 가설 건축물로 만든다. 이들은 전기 쇠꼬챙이, 가스통, 토치, 통돌이 등을 이용해 개를 도살한다. 

“인도적 개 도살은 없다. 학대적이고 불법적인 개 도살 뿐”

개 도살 재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23일 열린 ‘국제 강아지의 날: 진실의 방’ 기자회견에서 활동가가 개 도살 과정을 재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은 토치로 개의 털을 태우는 모습. ⓒ이수진 기자

단체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개를 도살하는 폭력적인 과정을 재연했다. 먼저 데려온 개들을 전기 쇠꼬챙이로 여러 차례 찔러 의식을 잃게 만든다. 이후 움직임이 없어지면 뜨거운 물에 삶는다. 탈모기에 돌려 털을 벗기고, 남은 털을 토치로 태운다. 새까맣게 그을린 사체가 고압의 물로 씻겨지면 남은 것은 당했던 공포와 고통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의 개들이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인도적 개 도살은 없다. 학대적이고 불법적인 개 도살만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대법원은 때리거나 목매다는 행위 외에 전기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시켜 죽이는 것도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부분 약식기소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범죄 예방이나 근절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단체 주장이다.

개 도살장을 재현한 부스. ⓒ이수진 기자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 진실의 방’ 기자회견에서 실제 개 도살장을 재현한 부스가 열렸다. ⓒ이수진 기자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아 선거철마다 후보들이 ‘개 식용 금지’ 공약을 내놨지만, 지난 2021년 출범한 범정부 협의체와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는 종식 시기와 방안에 대한 구체적 결정 없이 지난 7월 무기한 연장됐다.

활동가들은 “우리는 더 이상 개 잡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며 “어떤 개는 사람의 친구이자 가족이 되고, 어떤 개는 먹히기 위해 착취, 학대, 도살되는 모순적인 현실이 지속되길 원치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지연 대표는 “동물보호법과 식품위생법을 날마다 위반하며 존속하는 불법 개 경매장, 도살장, 식당은 즉시 법대로 단속, 행정 처분되는 게 응당하다”며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담대한 결단으로 개 식용의 빠른 종식 방향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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