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인 가구, 주부·노인 가장 급증세

카드빚·장기불황 여파 노숙자 쉼터 '만원'

비정규직 늘면서 '일하는 신빈곤층' 양산

서울에서 작은 공장에 다니는 김영희(36·가명)씨는 2년 전만 해도 자신이 신용불량자가 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재혼한 남편과 초등학교 5학년 딸,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씨는 남편이 직장에서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나와 어렵게 가계를 꾸려야 했다. 그러나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해 보험금을 받자 돌변하기 시작했고, 술만 먹으면 그와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남편과 법정 이혼상태인 김씨는 결국 남편이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카드빚만 떠안고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여성 노숙인 쉼터를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최근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가족형태의 변화로 신용불량자를 비롯한 '신빈곤층'이 급증, '빈곤 마지노선'에 여성이 처하게 되면서 여성의 빈곤화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빈곤화는 여성이 키우는 아이의 빈곤으로 이어져 여성의 빈곤문제에 대한 논의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이 발표한 '여성빈곤 퇴치를 위한 정책개발 연구'(연구책임자 박영란)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인구 중 여성 1인 가구, 여성 가구주, 여성 노인은 빈곤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란 연구위원은 “여성의 빈곤화는 '남성-생계부양자''여성-가정주부'라는 성별분업체계로 인해 발생한다”면서 “이는 여성가구주 가구의 빈곤을 심화시키고 노동시장에서 여성을 주변적 지위에 머물게 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가구주는 이혼, 사별 등으로 가장이 된 경우가 80년 116만여 가구에서 2000년 265만여 가구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전체 가구주 가운데 18.5%를 차지하는 여성 가구주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빈곤화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96년 대비 2000년 여성가구주 가구 중 비정규직은 69.5%, 빈곤여성가구주 중 비정규직은 71.8% 증가했다.

또 대가족제도에 기반했던 가족중심의 노인부양체계가 무너지면서 여성노인 가구의 빈곤화도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여성노인들은 자식 세대의 가족해체로 손자, 손녀의 양육을 떠맡게 되는 등 가족 안에서의 성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제도의 여성 수급권을 늘려 여성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하는 빈곤층'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차별금지를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현재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남성 정규직의 38%에 머문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는 7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성노동연대회의를 구성해 비정규직 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한 법개정과 최저임금을 77만 원 이상으로인상할 것을 꾸준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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