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상하원 합동 국정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외교부 트위터
21일(현지시각) 상하원 합동 국정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외교부 트위터

국제형사재판소(ICC)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ICC 전심재판부(Pre-Trial Chamber)는 17일(현지시각) 오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 2월 22일 검찰 청구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푸틴의 혐의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판부는 범죄가 침공 당일인 지난해 작년 2월 24일부터 시작됐다며 "해당 행위를 저지른 민간 및 군 하급자들에 대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과 함께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ICC가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원수급으로는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세 번째 ICC 체포영장 발부 사례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됐더라도 푸틴 대통령 신병 확보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통상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당사국은 ICC 규정과 자국 국내법상의 절차에 따라 체포 및 인도청구를 이행해야 하지만,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해 현재 회원국이 아니어서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CC는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은 결석 재판은 진행하지 않으므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재판 개시 시점도 불투명하다.

ICC가 체포영장 발부를 시작으로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로 기소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는 있다.

러시아는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은 법원의 어떤 결정도 "무효"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영장을 '화장지'에 불과하다고 비꼬았다. 그는 트위터에 화장지 이모티콘과 함께 "이 종이가 어디에 사용되어야 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ICC의 결정에 대해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연설에서 "ICC의 결정은 역사적인 책임으로 이어질 역사적인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이주시킨 아동의 수는 1만6000명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며 "이들의 이주는 러시아를 이끄는 최고 관리, 즉 푸틴으로부터 시작되는 국가 주도 악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