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카프카의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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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유럽 여행자들이 꼭 들러보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다. 그 중 중세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황금소로'는 연금술사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유명하다. 나지막한 집들 사이에 눈에 띄는 파란 집. 특별히 다를 것도 없는 이 집 앞에 관광객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현대문학의 거장 프란츠 카프카가 작업했던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1883년 7월 3일, 카프카는 프라하의 카프로바 거리와 마이젤 거리가 마주치는 곳에 위치한 하우스 탑에서 부유한 유대계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1906년 법학박사의 학위를 받았고 1908년부터 노동자재해보험국에서 근무하면서 '심판'(1912년 완성, 1925년 간행), '변신'(1912년 완성, 1916년 간행), '유형지에서'(1914년 완성, 1919년 간행) 등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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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성내의 연금술사가 살던 골목. 왼쪽이 카프카가 작업실로 썼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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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펠트하우스 앞에 서 있는 카프카의 모습(1920년 말)
1912년 사업적으로 유능했던 여성 펠리체 바우어를 만나 약혼했으나 폐결핵이 발병하면서 파혼하고, 1920년 유부녀 밀레나 엔젠스키-폴락과 사랑에 빠지지만 다시 상처만 입게 된다. 말년에는 유대빈민구제소에서 근무하던 도라 디아만트과 행복한 말년을 영위했다. 사르트르와 카뮈에 의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높이 평가받기도 했던 카프카는 1924년, 41세의 아까운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프라하의 유대인 묘지에 안장됐다.

인간의 불안과 소외를 탁월하게 그려낸 카프카는 세상을 뜨기 직전의 요양소 체류와 몇 번의 짧은 여행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프라하에서 보냈다. “프라하는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는다. 이 작은 어머니는 맹수의 발톱을 가지고 있다”는 카프카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프라하를 증오하면서도 끝내 떠나지 못했다. 이처럼 그의 삶과 문학은 프라하와 깊이 얽혀 있으며 프라하에서의 체험들은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새로 나온 책 '카프카의 프라하'에서는 이러한 카프카와 프라하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카프카의 하루 일과와 프라하 자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시의 행정구역, 주민, 체코어와 독일어의 관계, 밤 10시가 넘어 귀가하는 경우에는 관리인에게 특별한 사례금을 줘야 하는 등의 프라하의 당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 책의 저자 클라우스 바겐바흐는 '프란츠 카프카, 젊은 날의 전기'(1985), '프란츠 카프카'(2002) 등을 집필한, 카프카에 대한 권위자이며 가장 연장자이기도 하다. 이미 50년대 중반에 그는 카프카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카프카와 관련된 여러 관련 서적들과 자료들을 정리하여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카프카의 생가와 묘지뿐 아니라 그가 신간서적을 보기 위해 다니던 서점이나 도서관, 즐겨 찾았던 시티 카페와 코르소 카페, 그의 일기에서 종종 언급되는 수영학교, 채식주의자인 그가 늘 가던 레스토랑 등 프라하의 구석구석을 알게 된다. 밤에도 몇 시간씩 거리를 돌아다녔던 카프카는 '선고'의 집필 이후 일기에서 “단지 그렇게만 글을 쓸 수 있다”고 기록했는데, 그가 잘 다니던 산책로도 자세히 설명돼 있다. 프라하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

100여 컷의 고풍스러운 카프카 생존 당시의 흑백 사진과 삽화, 판화 등을 통해 고색창연한 프라하를 만나볼 수 있고, 그의 일기나 작품들의 일부분을 직접 인용했다. 또한 초고 상태의 원고들부터 아버지 가게의 간판이나 그의 사후 부고장까지, 카프카의 생애 전반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클라우스 바겐바흐 지음/김인순 옮김/열린책들/152쪽/9500원

정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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