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학생 및 학부모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학생 및 학부모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대학입학전형에서 2월은 모든 전형이 마무리되는 ‘최종 등록’ 시기이다. 농사에 비유한다면, 수확하는 시기이다. 수시전형에서 합격한 학생은 최종 등록의사를 ‘예치금 입금’이나 ‘문서등록’이라는 방법으로 최종 등록 의사를 밝힌 후, 정시전형 합격자와 함께 본등록이 진행되는 시기이다. 지난 2월25일 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98곳 중 91%에 달하는 180곳이 모집인원을 다 충원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추가모집이 작년 대비 23곳이나 늘었다고 한다. 특히, 대학이 선발하지 못한 신입생 정원의 89.3%는 지역 소재 대학에서 발생했다. 

학생 추가모집 실시하는 대학들

대학은 수시와 정시 합격자의 최종 등록 이후 미충원된 인원을 선발하기 위해 2월28일까지 추가모집을 진행하기도 한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수도권 대학은 추가모집을 하지 않았었다. 추가모집을 하는 대학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대학이라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기피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역 소재 대학은 물론, 수도권 대학까지도 추가모집을 하고 있다. 대학을 분류하는 기준은 설립 주체에 따라, 선발 규모에 따라 또는 소재 지역에 따라 등 다양하다. 여기에 덧붙여 ‘선발하는’ 대학과 ‘모집하는’ 대학이라는 기준도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선발과 모집의 기준이 소재 지역의 구분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선발하는 대학이든, 모집하는 대학이든 신입생 충원은 등록금 수입이라는 측면에서 해당 대학의 생존권이며 서바이벌 게임임을 간과하고 대학의 ‘대입 자율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전형유형별 선발비율과 제출서류 종류와 내용을 결정하는 데 대학의 특성이 고려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IT의 발전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사람의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의 문제라면, IT의 발전은 사람의 어떤 역량을 중요시 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한 교실에 60-70명이 수업받던 것에서 15-30명이 수업받는 상황으로 교육의 내용과 방법, 평가 등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함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챗GPT 등 주변 생활로 들어오는 AI는 IT의 발전을 실감하게 한다. 학령인구감소와 IT 발전으로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대학의 졸업장이 모든 것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성에 의해 4년 이상의 시간과 5천만원 이상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세대의 변화로 인해 이런 관성이 지속되기 어려워지고,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대학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입학전형에서 ‘대입 자율권’ 보장해야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입학전형 측면에서 두 가지 변화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하나는 ‘입학전형의 간소화’이다. 지원자들은 더 이상 근면, 성실, 절약을 실천해야하는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이 아니라, 풍요로운 선진국의 아이들이다. 그들은 복잡하거나, 긴 여정을 싫어한다. 따라서 지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입학전형에서 여러 개의 전형요소로 허들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단순한 조합이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모집단위의 통합’이다. 지금과 같이 학과별로 수시와 정시를 나눠서 진행하게 되면, 지원하는 전형별로 봤을 때, 해당 모집단위에서 선발하는 인원은 소수이고, 소수를 선발하는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것은 지원자에게는 부담이다. 이로 인한 낮은 경쟁률은 미충원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 해전부터 수시전형에서는 학과를 모집단위로, 정시에서는 학부 또는 단과대학을 모집단위로 해서 선발인원을 확대하여 경쟁률을 확보하고 미충원을 방지하는 대학들이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대학입학전형은 서바이벌 게임이다. 정부의 정책과 고교의 변화,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타대학의 입학전형 등을 고려하여 전략을 짜고 그 전략에 따른 우수 신입생 유치와 충원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대학의 미충원을 정부에서 해결해 줄 수 없다면, 대학의 서바이벌 게임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대학입학전형은 해당 대학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그들의 색깔별로 진행할 수 있도록 ‘대입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