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2022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분석 결과 발표
최소 86명 피살, 살인미수 등 포함 피해자 372명
피해자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 40대 최다
주변인 피해 최소 61명, 자녀가 가장 많아
주요 범행 동기 “결별 요구하거나 만남 거부해서”
스토킹 동반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 99명
피해자의 주변인 중 24.6%가 스토킹 피해
거주지에서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험 205명

2021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스토킹 살인을 저질러 신상공개된 범죄자들. (왼쪽부터) 전주환, 이석준, 김병찬, 김태현. ⓒ뉴시스·여성신문
2021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스토킹 살인을 저질러 신상공개된 범죄자들. (왼쪽부터) 전주환, 이석준, 김병찬, 김태현.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한 해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 파트너에게 하루에 한명 꼴로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2년 한 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6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225명으로 나타났다.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61명에 달했다. 주변인 피해자 수까지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는 최소 372명에 이르렀다.

이에 따르면 최소 1.17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으며, 주변인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소 0.98일에 1명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론 보도만을 바탕으로 한 수치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주변인 피해자 최소 61명... 피해자 중 자녀가 가장 많아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연령별 현황을 나타낸 표. ⓒ한국여성의전화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연령별 현황을 나타낸 표. ⓒ한국여성의전화

총 372명의 피해자 중 연령대를 파악할 수 있는 159명을 분석했을 때, 피해자 연령대는 40대가 25.79%(41명)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20대가 21.38%(34명), 30대가 17.61%(28명)로 나타났다. 이어 50대는 14.47%(23명), 60대는 10.06%(16명)로 나타났으며 10대는 6.29%(10명), 70대 이상은 4.4%(7명)로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는 20대~3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여성살해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에게 발생하고 있다.

전체 피해자 372명 중 61명(16.4%)이 피해자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지인, 전/현 파트너 등 피해자의 주변인이었으며 이들 역시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전년도와 비슷하게 2022년에도 배우자 관계에서의 주변인 피해자 중 ‘자녀’인 경우가 27명 중 11명으로 40.7%에 달하며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데이트 관계의 주변인 피해는 부모·형제·자매 등 친인척이 28.1%(9명), 자녀와 동료·친구 등 지인이 각각 18.7%(6명)로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전/현 배우자·애인이 12.5%(4명)를 차지했다. 이처럼 여성살해 사건은 당사자뿐 아니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변인, 피해 여성과 무관한 사람들의 생명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

△범행 동기는 “결별 요구하거나 만남 거부해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살해 범죄자들의 범행 동기를 나타낸 표. ⓒ한국여성의전화

가해자들의 핑계는 무엇일까. 가해자가 진술한 범행 동기 중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가 98명(26.3%)으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61명(16.4%),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48명(12.9%), ‘자신을 무시해서’ 19명(5.1%), ‘성관계를 거부해서’ 7명(1.9%)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소유물로 보는 가부장적 관점이 여전히 보편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피해자 372명 중 99명(26.6%)은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협에 처하기 전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배우자 관계에서는 96명 중 23명(23.9%), 데이트 관계에서는 206명 중 61명(29.6%)에 달했다.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피해자 조사에서도 34.2%가 배우자와의 별거나 이혼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스토킹 범죄 피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주변인에게도 발생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집계에 따르면 주변인 피해자 61명 중 15명(24.6%)이 스토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인 피해자는 동료·친구 등 지인이 40%(6명), 부모·형제·자매 등 친인척 26.7%(4명), 자녀 및 기타 각 13.3%(2명), 전/현 배우자·애인 6.7%(1명)로 피해자와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8.10.29

△피해자 205명, 거주지에서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상, 가해자는 피해자와 같이 거주하거나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에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로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접근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긴급임시조치와 임시조치 등이 있다.

하지만 2021년 가정폭력 가해자 검거 인원수가 5만3985명이었음에도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직접 긴급임시조치를 취한 비율은 7.2%(3865명), 임시조치를 신청한 비율은 12.4%(6704명)에 그쳤다. 게다가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해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도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부터 14년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241명이다. 살인미수 등까지 포함하면 2609명,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3205명이다. 최소 1.96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놓여있는 셈이지만, 여전히 공식 통계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을 반영한 여성폭력 통계 마련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을 ‘가정보호’에서 ‘피해자 인권보장’으로 개정 △스토킹처벌법에 피해자보호명령제도 마련 △피해자 주변인에 대한 신변보호 등 법·제도적 보호조치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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