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사용에 ‘실질적 불이익’ 없어야
주거침입 판단시 방범장치 여부 등 고려한 판결 나와 우려
재혼시 유족연금수급권 상실 조항 합헌 결정 ”아쉬워”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2월 한국젠더법학회, 한국여성변호사회, 민변 여성인권위원회가 공동주최한 ‘2022년, 젠더판례 톺아보기’ 동계공동학술대회에서 발제된 3개 판례의 내용과 의미를 돌아본다.

판례1: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에 대한 인사발령의 적법성 판단기준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A씨는 B대형마트에 근무하던 직원이다. A씨는 15년 이상 근무하던 중 육아휴직을 냈고, 종료 사유가 발생해 예정보다 일찍 복직했다. 하지만 B마트는 복직한 A씨를 이전보다 두 단계 강등된 직책으로 기존 업무와 무관한 업무에 발령했다. 이에 A씨와 노조는 이 같은 발령이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부당전직 부분이 인정됐다. 하지만 B마트가 이에 불복해 법정에 서게 됐다.

1·2심은 A씨가 육아휴직 전 맡던 직책이 임시직책이었다는 등의 사유로, A를 다시 동일 직책에 발령하지 않은 점이 강등이나 차별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의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해석 범위를 넓혀, 제4항의 “같은 업무”를 단순히 육아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가 아니라 ‘사회통념상’의 차이가 없는 업무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도 근로자에게 금액이라는 객관적인 수치를 넘어서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어야 하는 것으로 기준을 변경했다. 이는 육아휴직 제도의 목적을 고려한 해석으로, 여성들이 실제로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양육자가 사측 눈치 보지 않고 ‘심리적인 불이익’ 없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일과 가정 중 무엇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법적 의무’라는 것을 명시한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2022년 젠더판례’로 꼽혔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뉴시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뉴시스

판례2: 성폭력범죄에서 주거침입의 의미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2도3801 판결]

피고인 C는 같은 날 총 3명의 10대 여성을 표적으로 삼아 건물로 따라 들어가 음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1·2심은 피고인 C가 저지른 3건의 범행 모두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 이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보다 엄하게 처벌되는 범죄다.

하지만 대법원은 첫 번째와 세 번째 범행만 주거침입강제추행죄로 인정하고, 두 번째 범행은 해당 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로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범죄가 발생한 각 공간의 성격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개별 사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첫 번째, 세 번째 범행지였던 ‘아파트‘ 공동현관 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앞은 외부인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공간이 아니고, 외부인 출입 통제·감시를 위한 CCTV가 설치돼 있는 등 원칙적으로 외부인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라고 판단해, 주거침입 성립을 인정했다.

두 번째 범행지는 상가 1층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재판부는 이곳이 ‘상가’이기 때문에 일반인 출입이 원칙적으로 허용돼 있으며, 피고인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했고, 상가 건물 관리자의 주거의 평온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CCTV도 일반 관리 목적으로 설치됐다고 판단해 주거침입의 성립을 부정했다.

주거형태의 다변화에 맞춰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 같은 대법원 판단을 그대로 적용하면 주거취약계층에는 오히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토론자로 참여했던 안지희 변호사는 “통제장치가 잘 갖추어진 아파트에서 벌어진 범행에는 주거침입강제추행죄가 적용되고, 통제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거나 비교적 느슨한 다세대/다가구주택,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범행은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속히 보완되어야 할 ‘2022년 젠더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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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공무원연금공단. ⓒ뉴시스·여성신문

판례3: 공무원연금법상 재혼시 유족연금상실 조항의 문제점

[헌법재판소 2022. 8. 31.자 2019헌가31 결정]

D씨는 군무원인 배우자가 재직 중 사망하자 공무원 유족연금을 지급받았다. 10년여 간의 세월이 흐른 뒤, D씨는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형성했다. 이를 인지한 공무원연금공단은 ‘유족연금 지급종결‘과 ‘사실혼 성립 이후 수령한 유족연금 약 3800만원 가량에 대한 환수‘를 고지했다.

이에 D씨는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현 공무원연금법 제57조 제1항 제2호)‘가 재혼한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특히,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은 배우자가 재혼을 통해 새로운 부양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재혼 상대방 배우자를 통한 사적 부양이 가능해짐에 따라 더 이상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으로서의 보호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여성을 피부양 대상으로만 보는 가부장적 시각도 드러냈다.

발제자 전다운 변호사는 “대상 결정의 쟁점은 다른 연금제도(또는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쟁점이 될 수 있어 그 파급력이 적지 않은 사건이었다”며, “대상결정은 후순위 유족에 대한 불측의 재산적 침해를 강조하고 있을 뿐, 우선적인 부양대상인 청구인의 잔여 여생에 대한 생활안정 등 사회보장적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조항의 유지는 혼인의 자유 역시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배우자가 혼인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권이 영원히 박탈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위와 같은 합헌 결정은 여성 인권 증진에 ‘걸림돌‘이 된 ‘2022년 젠더판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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