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한승혜 외 7명/문예출판사/1만 6000원) ⓒ문예출판사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한승혜 외 7명/문예출판사/1만 6000원) ⓒ문예출판사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많은 예술 걸작에서 여성 인물은 대개 악녀, 속물, 거짓말쟁이, 마녀 예술적 객체 등으로 재현됐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모욕을 감내하는 동안 위대해지고, 자유를 얻으며 보편적인 권위를 확보했다. 이 모든 게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다. 여덟 명의 저자들은 소위 걸작으로 소개되고 읽혀온 작품들을 비판적으로 읽고 걸작의 조건을 질문한다. 타자화된 채 박제된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

한승혜 외 7명/문예출판사/1만 6000원

숲으로 간 여성들(오예리·구정은/들녘/1만 5000원) ⓒ들녘
숲으로 간 여성들(오예리·구정은/들녘/1만 5000원) ⓒ들녘

숲으로 간 여성들


여성은 환경운동의 시초부터 그 중심에 서있었다. 혹자는 여성이 과거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에 따라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삶을 영위해나갔기에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비교적 최근의 논의인 에코페미니즘은 자연에 대한 착취가 여성과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방식과 궤를 같이함을 지적한다. 세계 곳곳에서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여성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지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오예리·구정은/들녘/1만 5000원

반에 반의 반(천운영/문학동네/1만 5000원) ⓒ문학동네
반에 반의 반(천운영/문학동네/1만 5000원) ⓒ문학동네

반에 반의 반


아홉 단편에서 들려오는 것은 세대도,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다. 다종다양한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연이 닿은 이들에게 무람없이 먹을 것과 잘 곳을 내어주는 다정함이 바로 그것이다. 가족을 넘어 더 많은 존재들의 생존 그 자체를 긍정하는 다감의 계보는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이어져갈 듯하다. 이 시대 여성들의 생생한 삶들이 천운영의 천연덕스러운 솜씨로 한데 버무려졌다.

천운영/문학동네/1만 5000원

엘리너 루스벨트 자서전(애너 엘리너 루스벨트/송요한 옮김/히스토리아/1만 8000원) ⓒ히스토리아
엘리너 루스벨트 자서전(애너 엘리너 루스벨트/송요한 옮김/히스토리아/1만 8000원) ⓒ히스토리아

엘리너 루스벨트 자서전


엘리너의 삶은 풍부한 경험과 용감한 행동으로 가득 차 있다. 남편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세 번의 대통령 임기를 치르는 동안 엘리너 루스벨트는 여성·청소년 운동을 이끌며 소비자 복지와 시민권 및 주거 조건 향상을 위해 싸웠다. 그는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고 늘 자신을 변호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싸웠다. ‘영원한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엘리너의 존재감은 퍼스트레이디라는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인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애너 엘리너 루스벨트/송요한 옮김/히스토리아/1만 8000원

개와 살기 시작했다(송주연/날/1만 4000원) ⓒ날
개와 살기 시작했다(송주연/날/1만 4000원) ⓒ날

개와 살기 시작했다


저자 송주연은 아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라고, 반려견 은이와 자라면서 외둥이의 쓸쓸함을 덜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은이가 집에 온 첫날부터 빗나간다. 거실에 혼자 두자 낑낑대던 은이를 침대로 안아 올린 순간,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4.5킬로그램의 작은 개 한 명이 저자를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해방시켰다. 책은 반려동물을 받아들인 이후 변해가는 삶을 섬세하게 관찰해 비인간 동물과 살기로 마음먹은 미래의 보호자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송주연/날/1만 4000원

긴즈버그의 마지막 대화(제프리 로즌/용석남 옮김/이온서가/1만 8000원) ⓒ이온서가
긴즈버그의 마지막 대화(제프리 로즌/용석남 옮김/이온서가/1만 8000원) ⓒ이온서가

긴즈버그의 마지막 대화


미국 연방대법관으로 한평생 여성과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헌신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가까이서 그와 교류했던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25년간의 대화를 엮어냈다. 어떤 생각으로 그런 판결을 내렸는지, 대법관은 어떤 일을 하는지, 세태에 대한 의견은 어떤지 등 그의 삶 전반의 여정에 대해 대담하게 질문했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영감을 준 긴즈버그의 생각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

제프리 로즌/용석남 옮김/이온서가/1만 8000원

우먼 인 스펙트럼(배예람 외/안전가옥/1만 6000원) ⓒ안전가옥
우먼 인 스펙트럼(배예람 외/안전가옥/1만 6000원) ⓒ안전가옥

우먼 인 스펙트럼


‘여성서사’가 화젯거리인 요즘이다. 기존에 남성들로 구성됐던 영화 주인공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리메이크하거나, 야망을 품은 다양한 직군의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대거 등장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가 상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소설에서는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배예람, 이수현, 아밀, 김수륜, 진선 작가가 사랑, 우정, 연대를 모티브로 다채로운 여성들을 그려낸다. 여성들의 빛깔은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는, 말 그대로 ‘스펙트럼’이다.

배예람 외/안전가옥/1만 6000원

베스트 오브 코니 윌리스(코니 윌리스/최세진 외 옮김/아작/2만 4800원) ⓒ아작
베스트 오브 코니 윌리스(코니 윌리스/최세진 외 옮김/아작/2만 4800원) ⓒ아작

베스트 오브 코니 윌리스


휴고상, 네뷸러상 등 역사상 가장 많은 SF 문학상을 받은 작가 코니 윌리스의 수상작들을 한데 모았다. 각 작품은 분량도, 주제도 제각각이지만, 죽음을 다루면서도 농담을 잃지 않는 태도만은 일관적이다. 우리는 흔히 SF가 미래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과거의 것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할리우드 고전영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런던 공습 등 그 원천도 다양하다. SF 마니아라면 단연 눈길이 갈 책.

코니 윌리스/최세진 외 옮김/아작/2만 4800원

나의 프랑스식 비건 생활(하지희/열매하나/1만 5000원) ⓒ열매하나
나의 프랑스식 비건 생활(하지희/열매하나/1만 5000원) ⓒ열매하나

나의 프랑스식 비건 생활


요리를 사랑했던 저자는 미식의 나라 프랑스로 향했다. 요리 전문학교 ‘르 꼬르동 블루’를 수료한 뒤, 레스토랑에서 세컨드 셰프로 빠르게 승진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기와 버터로 가득한 프랑스 요리에서 뭔가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흔히 ‘똘레랑스(관용)’ 사회적 가치가 잘 지켜지는 곳이라고 알려진 프랑스에서도 ‘비건’은 배척당하고 있었다. 식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에서다. 저자는 음식 문화가 다른 인종,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식 비건 메뉴’를 만들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견고한 그들의 ‘문화’가 깨지기를 바라면서.

하지희/열매하나/1만 5000원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 어린이를 위한 아프리카 안내서(킴 차카네차/박미준 옮김/원더박스/2만 2000원) ⓒ원더박스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 어린이를 위한 아프리카 안내서(킴 차카네차/박미준 옮김/원더박스/2만 2000원) ⓒ원더박스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 어린이를 위한 아프리카 안내서


초연결의 시대,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라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막상 아프리카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정보와 관심은 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미권에 한정돼있고,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는 불쌍한 나라’ 정도에 그친다.

저자는 아프리카 대륙을 다섯 지역으로 나눠 역사와 문화, 자연과 인물은 물론 인권과 기후변화 운동이 일어나는 최근 사회변화의 흐름까지 설명해준다. 세계 시민으로 자라날 어린이는 물론, 아프리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은 어른까지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안내서다.

킴 차카네차/박미준 옮김/원더박스/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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