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20회 미지상]
주선미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경감
경비함정 근무...수상구조사로도 활약
“현장에서 배우고 부딪혀 몸으로 익혀라”

주선미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경감. ⓒ해양경찰청 제공
주선미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경감. ⓒ해양경찰청 제공

바다의 경찰, 해경은 여성에겐 오랫동안 ‘닫힌 문’이었다. 주선미(48) 경감은 좁은 문을 처음으로 열고 해경의 일원이 된 여성들 중 하나다.

해경 공개채용 여자경찰관 1기다. 1999년 1월 순경으로 시작해 지난 24년간 해양경찰청 총무과, 장비과, 수사과, 수상레저과, 지방해양경찰청 해양안전과 운영지원과, 파출소 등을 거쳤다. 현재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 경리계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여성 해경으론 드물게 3000톤급 경비함정(3005함) 근무 경력이 있다. 2019년 중국 여객선(신욱금향호) 기관실에서 불이 났다. 주 경감과 동료들은 한밤중에 비상 출동해 승객 148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인명구조 자격증도 취득했다. “해경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고 스스로 당당해지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2020년 수상구조자 업무를 맡아 보면서, 자격증 취득 정보를 다룬 유튜브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많은 도움이 됐다’는 반응에 뿌듯했다.

이외에도 불법외국어선 나포, 해양경찰청장배 요트대회 개최, 해수욕장 안전관리, 연안사고 예방, 태풍 및 해양 사고 광역구조본부 운영, 예산집행 심의 등 다양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왔다. 2010년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성 성희롱 고충상담원(2018년)도 맡았다.

해경에서 승진하려면 함정 근무가 중요한데, 많은 여성에겐 아직 ‘그림의 떡’이다. 여자 화장실이나 침실 등 여성 시설이 부족한 함정이 대부분이다. 해경 1만 3000여 명 중 여성은 약 11%(1370여 명)다. 총경 이상 지휘관급 여성 공무원은 2명에 불과하다.

주 경감은 여성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을 격려했다. “미지상을 받은 기쁨보다 앞으로 여성 리더십 발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껴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도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여성이라고 뒤로 물러서지 말고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일해라. 젊었을 때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부딪혀서 몸에 익히는 게 결국 본인에게 큰 자산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승진이나 보상을 바라기보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인정받고 성취감도 느끼게 될 뿐 아니라 나중에 직급이 올라가서 리더의 자리에 올랐을 때 탁상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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