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의원, ‘장애인차별금지법’ 대표발의
비용·요금제·서비스의 조건 등 명확한 고지 필요
지난 2년 간 장애인 스마트폰 가입 피해 147건 중
63.3%가 지적장애인, 피해금액은 4억 4,000만원
김 의원 “장애인들, 자기결정권에 제약받지 않아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 2022년 10월 27일, 시각장애인 A씨는 ㄱ텔레콤에서 단말기 개통계약을 체결했지만 새 단말기의 정확한 성능과 사양을 설명 받지 못했다. 판매자가 판매한 단말기는 시각장애인의 스마트폰 이용에 필수적인 TTS(텍스트를 음성으로 전환)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못하는 기종이었고, 이를 인지한 A씨는 개통철회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조정을 신청해 관련 법령에 의거해 단말기의 개통 철회를 요구했지만 판매자가 다시 조정을 거부하여 소송을 준비 중이다.

# 2022년 5월 24일, 지체장애인 B씨는 ㄴ텔레콤에서 스마트워치 계약을 진행했고, 판매자는 최초 계약 당시 스마트워치는 기기값 청구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계약내용과 달리 379,000원의 단말대금이 24개월 분할 청구되었고, B씨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환불 처리를 요구했지만 처리해주겠다는 답변만 해줄 뿐 환불을 해주지 않았다. B씨는 장애인소비자연합 상담센터에 피해구제를 요청했고 부당계약으로 판명돼 그는 스마트워치 단말기 할부금 전액과 요금을 환불받았다.

5G의 상용화로 이통3사에서 고가의 단말기기와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각한 수준의 스마트폰 개통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판매업자들이 중증장애인에게 불필요한 요금제와 기기를 판매하고 단말기 사용을 위한 필수적인 사항을 정확한 설명 없이 판매해 장애인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이동통신 사업자와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단말기와 요금제 판매에 있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선 안 되고 △장애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비용, 요금제, 서비스의 조건 등에 대하여 명확하게 고지하여야 한다는 것.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이 김상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147건의 장애인 대상 스마트폰 가입 피해가 발생했으며 그 중 63.3%인 93건이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피해로 밝혀졌다.

147건의 피해 추정 금액은 4억 4,000만원이상이며, 피해 사례 중 113건은 휴대폰 개통 피해이고 27건은 소액결제 및 대출 피해, 나머지 7건의 기타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장애인 스마트폰 개통 피해 사례가 거듭 확인되고 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욱 많을 것으로 짐작돼 매우 우려스럽다”며 “장애인에게 스마트폰 개통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당사자 본인이 통신사, 대리점을 상대로 개통 철회 등을 요구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자기결정권에 제약받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스마트폰 거래에서 일부 장애인들의 재산과 정신적 피해를 막기 위해 하루빨리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김승남, 김정호, 박용진, 유정주, 윤준병, 임종성, 정성호, 정태호, 최혜영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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