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순의 양성평등정책 속으로]
전남 강진군, 지속가능한 농촌형 여성친화도시 모델 구축
농가민박과 농촌체험프로그램 합친 ‘푸소’ 인기
연 1000만원 수입내며 농촌 새로운 일자리 창출

푸소 체험하는 하서중학교 학생들. ⓒ강진군
전남 강진의 체류형 농촌관광 프로그램 ‘푸소(FU-SO) ’가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은 푸소(FU-SO) 체험하는 하서중학교 학생들. ⓒ강진군

전남 강진의 체류형 농촌관광 프로그램 ‘푸소’가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푸소(FU-SO)는 ‘Feeling-Up, Stress-Off’의 약자로 감성은 키우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라는 뜻이다. ‘덜어내다’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에서 착안하여 강진군 공무원들이 직접 만든 이름이다. 강진군은 2021년 2단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면서 군 단위에서는 최초로 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농촌 여성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푸소’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진에 속한 8개섬 중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에서는 집라인·모노레일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강진군
강진에 속한 8개섬 중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에서는 집라인·모노레일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강진군

강진 푸소 조합원 80% 여성

‘푸소’는 체류형 민박의 특성상 여성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업이다. ‘푸소’ 운영 농가들은 2015년부터 ‘푸소체험연구회’를 운영해오다 2021년 말에 강진푸소협동조합을 설립했다. 2023년 현재 ‘푸소’ 조합원 94명 중 75명, 이사 13명 중 11명이 여성이다. 1대 김금단 이사장에 이어 2대 이삼희 이사장도 모두 여성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함께 공부하는 사회경제적 공동체로서 행정과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농촌은 여전히 여성이 살기 힘든 곳이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 억압과 성차별적인 문화 속에서 농촌 여성들은 가사·농사·마을일까지 3중의 노동을 감내해 왔다. 모성에 기반한 여성의 일들은 당연시되었고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 그 누구보다 농촌의 어머니들은 딸들이 농촌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농촌의 위기는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푸소’는 60대 농촌 여성들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농촌 여성들은 생명을 살리는 모성을 자원 삼아 생활 관광 ‘푸소’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푸소’는 2015년 재임 당시 강진원 강진군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강진의 풍부한 관광 자원이 온전히 농가로 환원되는 시스템을 고민한 끝에 체류형 관광, ‘푸소’가 탄생했다. 처음엔 학생 단체를 대상으로 농촌 민박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연결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8년 동안 3만 3천여 명의 학생들이 ‘푸소’를 체험하고 갔다. 아이들을 보기 힘들었던 시골에서 학생들의 수다와 웃음소리는 농민들에게 경제적 소득 이상의 자긍심을 불러일으켰다.

‘푸소’를 통해 시골 외갓집과 같은 감성 체험을 한 학생들이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다시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고 단체 프로그램이 금지된 상황에서 강진군은 ‘푸소’ 농가와 힘을 합쳐 새로운 길을 열었다. ‘학생 푸소’ 외에 ‘일반인 푸소’,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1박 2일 시티투어’, ‘공무원 푸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대되었다. 2015년 5월부터 2022년까지 일반인들의 ‘강진 푸소’ 참여 인원은 1만7000여명에 달한다. 

지난 2021년 12월 열린 강진푸소협동조합 창립 총회. ⓒ강진군
지난 2021년 12월 열린 강진푸소협동조합 창립 총회. ⓒ강진군

농가당 연 1000만원 수입 올려

‘푸소’ 참여 농가의 연령대는 평균 60대이다. 처음에는 민박을 운영할 자신도 없었고 부담도 컸다. 강진군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강진푸소협동조합 이삼희 이사장은 “대한민국에서 군과 민이 손잡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곳은 강진군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강진군은 시설 증개축, 화장실 개보수, 침구, 식기 등 자부담 매칭으로 ‘푸소’ 농가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민관이 합심하여 위생, 안전, 방역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푸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교육과 1박 2일 타 지역 우수사례 탐방도 연례행사로 이루어진다.

‘학생과 공무원’ 푸소는 강진군이, ‘일주일 살기’와 ‘1박2일 시티투어’ 푸소는 강진문화관광재단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강진군에서 홍보도 하고, 예약도 받아서 참여 농가에 골고루 배정한다. ‘푸소’ 농가는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고, 배정된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쏟을 뿐이다. ‘푸소’는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면서도 서비스의 질이 상향 평준화되어 어느 농가에 배정되어도 만족도가 높다. 농촌민박체험 ‘일반인 푸소’는 1박 2일 기준 1인당 5만 8천 원으로 두 끼의 식사가 제공된다.

‘강진 푸소’ 홈페이지(https://www.gangjin.go.kr/fuso)에는 푸소 소개, 신청 방법, 요금, 청자·먹거리·다도·농어촌·민화·짚트랙 체험 안내, 체험 후기 등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체험 후기에는 “외갓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고급 한정식을 먹는 기분이다”, “숙소가 정말 깔끔하다”, “치유되는 느낌이고 에너지가 충만해졌다” 등의 감성 넘치는 체험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체험 후기에는 ‘푸소’ 농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게 하고 싶은 손님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 ⓒ강진군
강진원 강진군수 ⓒ강진군

푸소 농가는 지난해 연평균 약 10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강진군에서 집계 가능한 수치가 그렇다. 개별적으로 방문해서 얻은 소득은 빠져있다. 부산에서 살다가 남편 고향인 강진으로 귀촌해 6년째 푸소에 참여하고 있는 이삼희 이사장은 “처음엔 용돈벌이 정도로 시작했는데 생활에 쏠쏠하게 도움이 되고 정말 재미있다. 체험객들과 교류하면서 내가 더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생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끊임없이 배우면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고 했다.

푸소로 인해 농산물 직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손님들이 밥맛이 좋다고 매년 농사지은 쌀을 주문해 주셔서 다 팔렸다. 텃밭에서 나는 게 의외로 많아 두 식구가 다 먹을 수 없는데, 그걸로 손님 식사도 준비하고 손님들에게 싸드릴 수도 있어 좋다”고 했다. ‘푸소’ 덕분에 농촌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식생활의 질이 바뀌는 효과도 나타났다. 강진군 문화관광실의 김정민 주무관은 “단출하게 차려 드시던 농가 밥상이 손님들 식사를 준비하면서 풍성해져서 덩달아 잘 먹게 되었다고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최초의 푸소가 체류형 농촌관광을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다면 민선 8기에서 준비하는 제2 푸소는 전원주택 1천 세대와 빈집정비 1천 세대를 정비해, 중장년층의 귀농 귀촌과 은퇴자들이 강진에 와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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