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실버 필라테스 강사’ 꿈꾸는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목디스크 치료차 배운 필라테스
‘인생 운동’ 돼...60세에 강사 자격증 취득
“중노년 여성들 운동 모임 열고
건강 지키고 일자리도 만들고파”

60세에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땄다. 남은 인생은 친구들과 함께 각자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하면서, 즐겁게 수다 떨고 흥미로운 일거리도 만들며 살아볼 계획이다.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의 근사한 ‘인생 2막’ 계획을 들어봤다.

‘실버 필라테스 강사‘를 꿈꾸는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이 서울 종로구 아트필라테스 평창동점에서 필라테스 동작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실버 필라테스 강사‘를 꿈꾸는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이 서울 종로구 아트필라테스 평창동점에서 필라테스 동작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본인 제공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본인 제공

20여 년간 연구자로 살아왔다.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으로 3년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17년간 일했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 앉아서 일하다 보니 직업병이 찾아왔다. 50대 초반에 목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아픈 몸을 돌보려고 뒤늦게 여러 운동을 하다가 필라테스에 정착한 지 2년째다. 4~5만원이면 필라테스 운동에 필요한 매트와 폼롤러를 살 수 있고, 집에서 틈틈이 운동하면서 뭉친 근육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꾸준히 필라테스를 배우다 보니 저녁마다 느끼던 피로도, 몸무게도 줄었다. 작은 근육들을 조금씩 단련하며 단단해져 가는 몸이 경이로웠다.

‘인생 운동’을 찾은 기쁨은 ‘인생 2막’ 계획의 동력이 됐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50대 이상 여성들을 지도하는 ‘실버 필라테스 강사’가 되는 게 목표다.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에게는 각자의 나이, 유연성, 체형 등을 고려한 ‘맞춤형’ 필라테스 교육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처럼 몸이 유연하지 않아도 ‘실버 필라테스 강사’가 될 수 있다”고 김 위원은 강조했다.

“나이 들면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고 몸의 유연성도 떨어지잖아요. 운동하다 다쳐도 회복이 더뎌요. 필라테스를 배운 지인들도 ‘기구 필라테스를 하다 떨어져 죽을 것 같다’, ‘근육통이 심하다’, ‘1020 세대와 함께 운동하기 힘들다’며 그만두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고요. (동년배로서) 저는 2030 강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노년 여성들에게 필라테스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12월 매트/소도구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세아 기자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12월 매트/소도구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세아 기자

재활을 강조하는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개설한 협회를 찾아 사무실 분위기, 강의 공간 등을 살펴본 후 교육을 받았다. 인체 구조, 필라테스 동작이 몸의 어떤 부위를 자극하고 어떤 근육을 강화하는지 배웠다. 다양한 체형을 분석하는 법, 다양한 체형에 맞는 동작과 여러 동작을 연결하는 시퀀스를 만드는 법도 익히고 연구하고 있다. 낮에는 출근하고, 퇴근 후 공부하고 훈련하는 식으로 필기·실기 시험을 준비했다. 2022년 12월 국제필라테스지도자협회가 인증한 매트/소도구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60대가 강사가 되겠다고 하니 협회에서도 놀라더라고요. 주변 사람들도 ‘너 미쳤구나’, ‘웃기다’, ‘할 수 있겠냐’고 했어요. 젊고 유연한 2030 청년들 사이에서 주눅 들 때도 있었죠. 그래도 인생 2막을 앞두고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갖고 싶다고 결심해 쑥스러운 감정을 떨칠 수 있었어요. 다들 저를 편안하게 대해주셨고 용기를 주셨고요.”

‘실버 필라테스 강사‘를 꿈꾸는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이 서울 종로구 아트필라테스 평창동점에서 필라테스 동작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실버 필라테스 강사‘를 꿈꾸는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이 서울 종로구 아트필라테스 평창동점에서 필라테스 동작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앞으로 동료·선후배 연구자들과 함께 ‘필라테스를 하는 여성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김 위원이 필라테스를 가르치고, 함께 운동하고 건강 정보를 나누고, 소소한 창업으로까지 연결하는 게 목표다.

“60세까진 일을 가장 중시했어요. 인생 2막에선 건강, 가족-친구, 적당한 일을 우선 가치로 두고 싶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고 하잖아요. 운동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제 일상을 바꿔가고 싶어요.”

필라테스에 도전하는 50대 이상 여성들에게도 세심한 조언을 전했다. “자기 나이, 체형, 유연성 등을 고려해서 무리하지 않고 팔과 다리의 가동 범위를 서서히 넓혀야 해요. 멋지게, 강사와 비슷하게 동작을 하기보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동작을 배우고 연습하는 게 중요해요. 어떤 강사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만, 내 몸 상태를 알아가면서 내게 맞는 동작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해요.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의사들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들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모든 여성이 스스로 또 함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외로움도 많아진다고 해요. 나이 들어 더 필요한 게 건강, 친구라고 생각해요. 건강하게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운동하다 보면 외로움보다 즐거움이 많아지고 그 속에서 건강과 활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방정부가 여성들을 위한 정신적·신체적 건강 모임을 지원하고 공간을 제공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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