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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인복지 분야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참여정부에서는 2007년까지 30만개의 노인 일자리 개발을 목표로 노인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노인인력운영센터 설립 운영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노인 일자리'란 단편적인 활동 내용 중심의 '일거리'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노인들의 능력과 적성에 맞고 시간적 연속성과 공간적 실체를 갖는 활동을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사회적 일자리'라고 하는 것은 사회의 발전이나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 시장에서 배제된 일자리를 뜻하는 것으로, 교육과 의료, 사회복지, 환경, 지역사회개발 등 주로 비영리 조직에 의해 창출되는 일자리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공원 관리원, 매표원, 화장실 청소원, 주차 관리원 같은 '공공 참여형'이 있는가 하면, '사회 참여형'이라고 해서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복지시설이나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하는 것으로 숲 생태 및 문화재 해설사, 1·3세대 연계 교육 강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지하철 택배, 세탁방, 도시락 사업, 재활용품점, 번역·통역 사업단, 실버용품점 운영, 실버 대리운전과 같은 '시장참여형'도 있다.

나는 이 가운데 '사회 참여형'인 1·3세대 연계 교육 강사 파견 사업, 즉 1세대 어르신들이 어린이집이나 방과 후 공부방 등 유아 교육 기관의 3세대 아이들에게 한자, 바둑, 서예, 종이 접기, 장구, 하모니카, 예절 등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에과 어르신 강사를 양성하는 또 다른 강사 노릇을 하며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교직에서 은퇴하셨거나 아니면 장구 등의 특기를 지닌 분들로 학력이나 경험이 출중하신 분들이 주로 교육을 받고 계신다. 보통 노인복지관에서 지역별로 모집을 해서 인성 훈련, 직업 의식, 분야별 전문교육, 교육안 작성, 강의 시연, 교생 실습 등을 진행한다.

지난주에는 서울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하루에 2시간씩 사흘 동안 어르신들과 수업을 같이했다. 어르신들이 어린이집 강사로 채용되면 시간당 1만원, 한 달에 20시간 강의를 하셔야 20만원의 급여를 받으실 수 있다. 경험이나 경륜, 능력에 비춰보면 턱도 없이 낮은 급여지만 그래도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것, 아직도 이 사회에서 쓸모 있는 존재라는 확인에 어르신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치셨다.

교육청 근무를 끝으로 정년 퇴직하셨다는 한 아버님의 자기소개가 가슴에 남아있다. 퇴직 후 아무 할 일이 없어 집에만 있었더니 친구분이 그러시더란다. '그렇게 집에만 있으면 퇴직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 무조건 집 밖으로 나와라' 그래서 마음을 정리하고 영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복지관에도 다니게 됐고, 이렇게 강사 양성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뜨거운 공감의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일. 옆에서 나는 눈시울이 뜨거웠으며 코끝이 매웠다.

이렇게 교육을 받으신 어르신들이 막상 어린이집이나 방과 후 교실에 가서 아이들 앞에 서셨을 때 왜 어려움이 없겠는가. 제멋 대로인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쩔쩔 매실 것이며, 예전의 교육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자녀 뻘 되는 그 곳 교사들과의 화합과 소통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어르신 강사와의 만남을 통해 어린 세대인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며, 젊은 세대인 교사들은 늙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르신들과 내가 한 여름 불볕더위에 땀 흘리며 공부한 것이 결코 헛된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유경/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cafe.daum.net/gerontology

treeapp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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