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극, 만화, 게임, 모바일 서비스 등 '호러'문화 범람

전쟁, 경기침체, 인간소외 등으로 인기몰이…현실 후유증 우려

기억해 보라, 임이여,

우리가 보았던 것을,

그토록 화창하고

아름답던 여름 아침:

오솔길 모퉁이

조약돌 깔린 자리 위에

드러누워 있던 끔찍한 시체

공포 중 가장 큰 공포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일상의 삶이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져버릴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 그리고 생경해서 더욱 더 그로테스크한 낯섦과의 예기치 못한 마주침일 것이다. 그러나 이 돌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안도감은 역설적으로 인위적인 공포에서 쾌락을 찾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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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엔 짜릿한 공포를 즐긴다?” 서울 명동의 호러우드에서 관객들이 호러체험관을 빠져나오고 있다. 공포감이 가시지 않은 듯 카메라 셔터가 터지자 화들짝 놀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폭염 속 극장가에는 제철 만난 공포영화가 넘쳐 나고 있다. '분신사바' '인형사' 등이 관심 속에 상영되고 있으며 '쓰리, 몬스터' '알 포인트' '거미숲' 등 공포물도 9월 중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호러'는 이제 더 이상 영화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올해 들어 특히 공포물은 문화 분야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만화, 소설 등 문학이나 연극뿐만 아니라 게임, 모바일 서비스, 누드까지도 '호러'를 표방해 인기몰이에 나섰다.

최근 공포물이 홍수를 이루는 것은 단지 무더운 여름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쟁과 경기침체 등 사회적 불안요소를 또 다른 원인으로 꼽는다. 문화평론가 이종님 씨는 “문학이나 영화 등이 공포적 장치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공포문화가 택한 전쟁, 휴대폰, 엘리베이터, 집단따돌림 등의 소재는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방증한다”고 설명한다. 이씨는 또한 “계속되는 경기 침체 역시 공포물 확산의 한 원인”이라며 “공포물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괴로운 삶을 투사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인다.

사회학자 주은우(한신대 강사)씨 역시 “모든 문화적 생산물은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있다”며 “공포문학이나 공포영화는 한 시대, 한 사회의 질서가 무엇을 억압하는가를 폭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공포물은 매우 의미 있는 정치적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하위 문화로 인식돼 오던 '호러'가 문화 분야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문화의 주요 소비층인 10~20대의 성향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종님 씨는 “10~20대는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대해 이미 식상해한다”면서 “언제나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그들의 성향에 발맞춰 좀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문화의 분야가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호러' 장르도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전쟁과 경기 침체 등 사회적 불안이 계속되는 한 '호러'는 주류 문화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공포물에나 단골로 등장할 법한 비현실적이고 엽기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 요즘, 호러물의 범람은 잔혹한 현실에 대한 순간적 도피인 동시에 그 현실을 역설적으로 투영하고 있지 않을까. 현실과 팬터지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억울한 희생이 부가물로 나오지 않기를 덧붙여 바란다.

정주아 기자

remain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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