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은행' 그라민뱅크 한국지점 '신나는 조합'

소모임 단위 무담보·보증 소액대출로 상환율 96%

대출자 인맥 강화…투자자는 기부·적금 '일석이조'

~A7-1.jpg

'신나는 조합' 수혜자 대부분은 여성으로 평균 상환율이 90%를 훌쩍 넘고 있어 여성대출 확대가 정책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가난'이라는 말이 그 의미를 상실하고 박물관의 유물로 전시되는 날을 소망하는 사람들.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빈곤을 인류 역사에서 영원히 추방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인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가 전세계로 혁신적인 소액대출(Micro Credit)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라면, '신나는 조합'은 그라민뱅크의 한국 지점이다. 4년째 국내에서 왕성한 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어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저소득 계층, 특히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신나게 돈 빌려주고 신나게 돈 빌려서 신나게 일하는 사회'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신나는조합의 탄생 배경은 우리 경제가 단군이래 최대 고초를 겪은 1998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티그룹 뉴욕 본사에서는 IMF 위기를 맞아 어려움에 처한 아시아 5개국의 빈곤층 대출을 위해 그라민뱅크에 100만 달러의 펀드를 맡겼다. 이 중 20만 달러 가량이 한국에 배정됐고, 시티그룹 서울지점은 무담보 소액대출사업의 파트너로 강명순 목사가 이끄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를 택했다. 빈민여성과 빈민가정, 빈민아동을 위한 단체라는 점을 주목했던 것.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그라민뱅크로부터 5만 달러 가량을 종잣돈(Seed Money)으로 받아 이 돈을 신나는조합의 대출자원으로 활용했다. 시티그룹은 종잣돈은 아니지만 사업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지난 4년 동안 약 10만 달러 정도를 지원했다.

현재 신나는조합의 대출을 거쳐갔거나 진행 중에 있는 사람은 전국 7개 지회, 21개 소모임에 속한 1천 명 정도의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월소득 100만원 이하의 빈곤층으로 의식주 해결조차 어려운 환경에 처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출 받은 소액의 돈으로 군고구마 기계를 사거나 포장마차를 꾸리고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등 소규모 자활사업에 나섰고 상당수가 자립에 성공했다.

신나는조합은 농협협동조합처럼 대출사업을 하는 일종의 금융기관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일반 금융기관과는 다소 다른 특색이 있다. 무담보·무보증 소액대출과 소모임 운영, 주(週)상환 조건의 대출이 그것으로, 이는 본점 그라민뱅크의 운영방식이기도 하다.

무담보·무보증 대출이라 언뜻 돈을 갚는 비율이 낮을 것 같지만 현재까지 전체 상환율은 무려 96%에 이른다. 이 같은 열성은 신용불량자가 넘쳐나는 현 세태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관리자들의 평가다. 특이한 점은 여성 대출자들의 상환율이 남성 대출자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이경림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만나는 여성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훨씬 외부환경의 변화에 흔들림이 적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며 “그라민뱅크에서도 같은 이유로 여성 대출비율 확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신나는조합의 대출은 알고 보면 철저히 신용에 바탕을 둔다. 돈을 빌려줄 때 대출자들은 반드시 3~5명으로 모인 소모임을 구성해야 한다. 이들은 100만~1000만 원에 해당하는 대출금을 받은 후 4%로 책정된 이자를 갚아나가는데, 대부분 전체 상환기간인 1~2년 안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한다.

이 과정에서 신나는조합의 운영자들과 일종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는 '두레일꾼'은 소모임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이들은 1주일에 한 번 자리를 함께 하는 소모임을 갖고 생활 상담과 대출금 상환 진행과정 등을 서로 체크하며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활동에는 빈곤층이 사회인맥 구성 능력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그 같은 네트워킹 능력을 함양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이어지면서 신나는조합과 대출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대출자들로 구성된 소모임 안에서도 일종의 신뢰와 신용이 싹트게 된다.

신나는조합의 활동은 근본적으로 극빈층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격려하는 동시에 정부지원과는 거리가 먼 빈곤층의 버팀목인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적금이나 예금의 형태로 신나는조합에 출자할 수 있다. 저금리 시대라 이자율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부와는 또 다른 형태로 빈곤층의 자활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적금이나 예금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경림 사무국장은 “이자수입이나 대출 규모 관점에서 신나는 조합의 사업을 보자면 비관적인 시각도 있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빈곤 퇴치와 함께 공생과 공존이라는 사회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나는조합 출자 및 후원 문의 02-365-1265(신나는 조합 자활사업부)

그라민뱅크란?

방글라데시서 출발

극빈층 무담보 대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는 무담보 소액대출(Micro Credit)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의 모하메드 유누스 교수에 의해 1976년 설립된 이 은행은 기아와 빈곤의 땅인 방글라데시에서 전세계로부터 가난을 몰아내자는 원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안고 출발했다. 그라민뱅크는 지난 30여년 동안 빈민의 소규모 사업 지원을 위해 소액의 자금을 시중은행 금리로 대출해왔고 500종 이상의 다양한 수익사업 활동을 벌였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대나무 의자를 짜거나 닭이나 소와 같은 가축을 키워 팔아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면서 조금씩 생활의 여유를 찾고 자립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라민뱅크는 특히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높은 생활력과 자립심에 주목했다. 이 은행이 여성들로 구성된 5명 정도의 소모임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대출사업을 벌인 결과, 지금까지 약 230만 명의 방글라데시 여성이 25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 혜택을 받았다.

그라민뱅크는 현재 방글라데시 전역에 1175개의 지점을 두고 직원 수만 1만2000명을 둔 대형은행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건전한 재정구조를 가진 조직으로 알려져 있고, 방글라데시 대학 졸업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그라민뱅크는 세계은행(IBRD)과 '가난없는 세상'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세계은행이 저개발국 정부를 대상으로 대출사업을 벌이는 것과 달리 다양한 수익사업 활동을 통해 빈곤층의 소액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대출 상환율은 은행 설립 이후 줄곧 90%를 웃돌고 전체 대출자 중 95%가 여성이다.

cialis coupon free prescriptions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