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협박 없이 이뤄지는 강간에 대한 법무부의 대책 필요”
개정 검토 철회한 김현숙 장관에 류호정 의원 “구차하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비동의강간죄 개정을 놓고 질의했다. ⓒ류호정의원실
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비동의강간죄 개정을 놓고 질의했다. ⓒ류호정의원실

여성가족부가 도입을 검토하다가 법무부 반박에 철회한 ‘비동의 강간죄’를 놓고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설전을 벌였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류 의원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비동의강간죄 개정을 놓고 질의했다.

현재 형법은 강간죄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로 정의해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돼야 한다. 이에 동의 여부를 범죄 구성요건에 두자는 것이 ‘비동의간음죄’의 골자다. 독일·오스트리아·스웨덴·영국·아일랜드·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문에서 류 의원은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 국가 재난인 줄 알았다. 여가부 발표 직후 여권 의원들이 말을 얹고 법무부가 반대라고 선을 긋자, 여가부도 발표 8시간 만에 개정 계획이 없다고 기자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누구 눈치를 보느냐”며 질책했다.

김현숙 “사회적 논의 선행돼야 한다”

이에 김 장관은 “당장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 개정 검토로 기술한 것인데 언론에 즉각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보도가 돼 정정하기 위해 법무부와 협의를 해 함께 의견을 낸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26일 여가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추진계획 중 ‘형법’ 제297조의 강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여부’로 개정 검토 부분을 법무부의 ‘개정 계획 없음’ 발표 뒤에 돌연 철회했다.

류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정책인데 사수를 못 했다. 부하 공무원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냐”며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지극한 상식을 법에 규정하는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이 “입법할 때는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고 류 의원은 “구차하다. 기본계획은 ‘검토’, 법무부는 ‘신중 검토’, 그럼 여가부는 ‘적극 검토’ 정도는 답해야 여가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한동훈 “입증책임, 피해자에게 돌아갈 가능성 높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제403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제403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비동의 강간죄에 대한 공방은 한동훈 법무부장관과도 이어갔다. 류 의원이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반대하는지” 묻자 한 장관은 “(류호정) 의원님의 유튜브 영상을 모두 봤고, 저도 화가 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도 “법률가로서, 법을 도입했을 때 현장에서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류 의원은 “형사재판에서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양 당사자는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부담을 지고, 가해자로 의심받는 당사자는 ‘동의했다’를 증거로 제출할 부담을 지게 된다”면서도 “양 당사자 모두 입증에 실패했을 때 불이익을 누구에게 돌리느냐, 그러니까 입증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고, 검사가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걸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로 인정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오해하지 말아주셔야 할 것은 저는 이 논쟁을 막자는 게 아니다”라며 “이제부터 여러 가지 사회적 논의를 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하는, 다만 ‘너는 어느 편이야’라고 평행선을 긋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서로 건설적인 토론해서 국민들이 공론을 형성해가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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