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사진=전북도의회 의장실 제공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사진=전북도의회 의장실 제공

국주영은 전북도의원은 전라북도의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이자 광역의회 유일한 여성 의장이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전북도의회에 입성한 여성 정치인의 비중은 전체 정원의 16.6%에 불과하다. 여성 대표성이 열악한 정치 분야에서 국주영은 의원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전북도의회 의장에 올랐다.

국 의장은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 후 두 살 터울의 딸 둘을 낳고 기르면서 전업주부로 살았다. 대학원 석사를 마친 후 전북여성단체연합 생활자치위원으로 활동하다 전주시의원으로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경선을 준비했으나 첫 선거에서는 운 좋게 전략공천을 받았고, 두 번째는 공천에서 배제될 뻔 한 최대 위기가 있었으나 중앙당의 도움으로 구제됐다.

지방의원의 정치 생명은 지역위원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국주영은 의장 또한 그런 정치적 부침 속에서 살아남았다.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도의원 출마의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았고 경선에서 승리해 당선될 수 있었다. 국 의장은 소위 ‘선거 조직’도 딱히 없었다. “부지런하고, 야무지고, 열심히 하고, 한번 일 시키면 제대로 하는” 정치인 국주영은을 신뢰하는 유권자 한 명 한 명이 개미군단이 되어 경선을 도와줬다. 그는 전국 시도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전북지역의 성평등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전북도에도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독립된 여성정책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국 의장과 일문일답.

-전북도의회 최초 여성 의장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주민들이 무척 좋아하신다. ‘여성 의장 뽑아준 전북도의원들 대단하다. 전라북도가 바뀌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얼마 전에는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출입기자들이 밥을 샀다. 전북도의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의장 선거를 치르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남성의원 2명 포함 후보가 3명이었다. 남성 둘이 연합하여 재투표까지 갈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1차 투표로 끝났다. 의원들 한명 한명 찾아다니며 발로 뛰는 선거 운동을 했는데 진심이 통한 것 같다.”

-그동안 의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다양한 현안과 관련된 의원 정책 모임을 구성하여 40여 건의 세미나와 토론회가 이루어졌다. 12대 의회 개원 반년 만에 민생 관련 조례 66건을 제정했다. 각종 건의·결의안 42건을 채택하여 정부와 국회에 호소하며 도민을 대변했다. 전북특별자치도추진지원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전북특별자치도법을 제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전라북도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대상을 기존 5곳에서 9곳으로 확대했다. 비공개였던 도덕성 검증도 일부분 공개할 수 있는 재협약을 끌어내 능력과 자질을 갖춘 기관장이 임명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의 광역 여성 의장으로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 부회장이 됐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원은 권역별로 선출된다. 여성 의장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전국의 지방의원이 합심해 지방자치 발전에 공동 대응하는 노력이 초점이다. 그 결과물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이다. 이를 통해 미완이나마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관제가 도입됐다.

올해는 지방자치법 시행 원년이다. 지방의회에 주어진 새로운 권한을 지방자치의 틀을 새로 짜는 동력으로 삼고, 부회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계획이다.”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사진=전북도의회 의장실 제공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사진=전북도의회 의장실 제공

-전북은 지역 성평등지수에서 계속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대책은.

“전북도에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독립된 여성정책 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 전북도정의 여성정책이 지속가능하고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과 환경변화에 걸맞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역할과 기능을 위해서는 전북여성가족재단 출범을 꼽을 수 있다.

전북지역은 여성정책 연구와 실행기구가 이원화된 조직으로 운영 중이다. 전국적으로 3곳에 불과한데 그중 한 곳이다. 다른 지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연구와 실행을 통합한 여성재단을 출범시켜 운영해오고 있다. 여성정책연구원을 전북연구원에서 독립시켜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 명실상부한 여성정책연구소로 거듭나도록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 통합,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기억에 남는 성평등 관련 의정활동은.

“조례의 연구회 회장을 하면서 여성들과 함께 전주시 성평등기본조례를 만들었다. 진보적이라고 하는 남성들도 성평등 관련 의제에는 무관심하더라. 여성정책연구소와 함께 성평등정책 포럼은 꾸준히 해왔다. 지금은 전북의 여성단체 활동이 전무한 상황이라 젠더 거버넌스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추진 중이다.”

-정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성별 고정관념이다. 정치하는 여성은 남성이 겪지 않는 ‘성적 공격’을 받는 일에 노출된다. 동료보다는 여성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중심적 정치 구조와 유권자도 여성 정치인을 능력보다는 편견의 틀에 가두는 일이 잦다. 선거 때만 되면 이혼했다, 큰아이 낳고 재혼을 했다더라 등의 악성 루머가 돌아다녔다.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남편이 ‘그런가보다’ 하라고 하더라. 지금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숫자도 많아졌다. 처음 정치 입문 당시에는 정치를 남성 전유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컸고 차별도 심했다.”

-정치인 국주영은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멘토는.

“정신적인 지주는 세종대왕과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어렸을 때 세종대왕 위인전을 읽었는데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이 계속 남았다. 그 마음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끊임없이 자각하게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가져야 할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결국은 국민을 향한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존경하고 있다.

현실 정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주병 지역위원장인 김성주 국회의원이 정치적인 멘토이자 서포터이다.김성주 의원은 본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성별 구분 없이 전문성과 능력을 보고 지방의원을 등용했다. 지방의원은 정치적 파트너라는 말을 그대로 행동하는 분이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언을 해준다면?

“각종 공직 선거에서 여성의 비율을 50% 공천하도록 의무화하는 남녀동수법이 필요하다. 현재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여성 광역기초단체장은 한 명도 없다. 기초자치단체장 여성 비율 또한 3.1%에 불과하다. 2022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각 정당이 근거 규정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남녀동수법은 여성의 정치참여 활성화와 국가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차별을 깰 수 있는 대안이다. 정치영역의 성별 균형이 맞춰질 때 사회적 변화는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정치 인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 과거 전북에는 비영리법인 형태로 여성정치발전센터가 있었다. 다시 복원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국주영은 의원에게 정치는 무엇인가?

“정치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정치에 입문한 후 시의원과 도의원이 되어 지역을 살펴보니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여성과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이 많았다. 또 이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정치인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시켜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주민의 다양한 요구가 정치인을 통해 정책에 반영되고 이를 통해 삶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는 게 정치다.”

-이름에 부모 성을 함께 쓰게 된 이유는.

“성씨는 ‘국’씨고 이름은 ‘주영은’이다. 이름의 첫 글자인 ‘주’를 어머니 성씨로 포함해서 쓰고 있다. 부모성을 함께 쓰기 시작한 건 1997년부터다. 자녀는 부모님에 의해 존재한다. 어머니의 권리와 감사,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 그렇게 표기한 것이다.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주변 반응은 긍정적이다. 전주시의원으로 처음 출마했을 때는 ‘국주영은’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건네받은 시민들께서 성씨에 관해 묻고, 이름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전라북도의원 3선
·전주시의원 재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여성위원장(전)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전북대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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