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테네 올림픽 점화를 기다리며

“우리들이 누구인지를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의지가 선명하면 반드시 기회가 주어진다”

- 캐시 프리먼, 시드니올림픽 여자육상 400m

금메달리스트,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최종 성화 점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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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이 보름 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전쟁, 폭력, 테러에 찌든 지구촌에 8월 13일부터 29일까지 세계 202개 국 1만6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펼치는 대축제는 단비 같은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이다. 반달 여 동안 생생히 목도될 실패, 역전, 인간승리의 극적 드라마들은 어쩌면 더욱 험난해질지 모를 2004년 하반기를 버텨줄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사실 올림픽 축제에 대해 여성과 남성을 굳이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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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전통에 따라 크로노스산 언덕배기 헤라신전에서 오목거울을 이용해 성화를 채화, 성화봉에 불을 붙이는 여사제 .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르러서는 여성 선수의 참가율이 40%를 넘어 절반에 육박했고, 눈부신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남녀 간 육체적 차이가 좁혀지면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선 여자축구가 새로운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어서 2000년 올림픽에선 태권도 철인3종, 장대높이뛰기, 해머던지기, 역도 등 '남성'적 종목이 평등하게 남녀 공통 종목으로 올랐고, 아테네올림픽에선 레슬링 종목에 드디어 여성 참여가 가능해졌다. 이제 금녀 올림픽 종목으론 '복싱'만이 홀로 남은 셈.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의 너무나 당당한 선언, “올림픽은 강인한 남성에 대한 찬가로 남아야 한다”는 말에 담긴 성차별 편견이 올림픽 초창기 반세기 동안 여성 참가자들의 발목을 옥죄었던 사실이 이젠 과거 역사로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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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올림픽에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해 군중의 환호를 받고 있는 여성. <'꿈꾸는 여유, 그리스'(권삼윤, 도서출판 푸른숲)/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올림픽에서 '여성'이 보이기까진 지난한 역사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있었다. 근대 첫 올림픽이 열린 1896년부터 1983년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엔 여성 위원이 전무했다. IOC에 첫 여성 부회장(미국의 아니타 디프란츠)이 탄생한 것은 올림픽에 여성 참가가 허용된 후 거의 100여 년이 지난 1997년에 이르러서다. 이에 앞서 1994년 파리에서 개최된 IOC 100주년 올림픽 총회에서 여성역할 신장을 촉진하는 권고조항을 채택한 것이 주효했다. 각 국 올림픽위원회, 국제스포츠기구에서 2000년 말까지 의사결정직의 10%를, 2005년 말까지 의사결정직의 20%를 여성에게 할당토록 한 것이 조항의 골자다.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에서 육상종목 4관왕이 된 30세 주부 패니 블랭커스 코엔은 자신이 '기적의 엄마'로 불리는 것에 대해 “내가 한 일은 빨리 달리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이 왜 그것 때문에 열광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담담히 말한 바 있다.

양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여성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근대 올림픽의 이상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는 한층 빛을 발하는 것 아닐까.

2004 아테네올림픽에 성화가 타오를 그 날을 벅찬 마음으로 그려본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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