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UPR 권고 사항 공개
‘온라인 젠더기반폭력’에 대한 권고 최초 등장
영국·스위스 등, 여성가족부 폐지 흐름에 우려
13개국 이상, 한국 사회 구조적 성차별 지적
“국제인권규범에 맞는 실질적 대응 보여줘야”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장 전경의 모습이다. ⓒUN Photo Jean Marc Ferré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장 전경의 모습이다. ⓒUN Photo Jean Marc Ferr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달 26일 열린 4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이하 UPR)에서 한국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에 대한 각국 우려와 '온라인 젠더기반폭력'에 대한 최초 권고가 나왔다고 밝혔다.

UPR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약 4년 반 주기로 193개의 유엔 회원국이 각국의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상호 검토하고, 심의를 통해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이번 심의에서 한국 정부에 온라인젠더기반폭력 근절을 권고한 국가는 9개국으로, 2020년 ‘N번방’ 사건 등 한국의 급증하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국내외 민간기업이 온라인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 모든 형태의 온라인상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독려할 것(아일랜드) △온⋅오프라인상 여성 및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폭력을 근절시킬 것(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젠더기반 고정관념을 근절하고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코스타리카)을 한국 정부에 주문했다.

아울러 13개국 이상이 한국 사회 내 구조적 성차별을 지적하며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참여 확대 및 성별임금격차 완화를 권고했다.

특히 영국과 스위스 등은 한국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흐름에 우려를 표했다. 영국은 “한국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는 계획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계속해서 평등과 비차별을 우선시할 것을 권장한다”고 입장을 냈다. 스위스는 “성평등을 증진하고, 여성가족부가 수행하는 기능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네덜란드는 부처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해한 성별 고정관념 등 여성과 소녀에 대한 차별 요인을 제거하고 그들이 정의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통합적인 기관 간 메커니즘을 구축함으로써 양성평등을 증진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캐나다와 미국의 사전 질의 답변을 통해 “여가부의 정책과 업무는 축소, 약화되지 않으며 여성과 아동 등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통해 기존 지원을 계속해서 받고, (중략) 그동안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 대상이 중복되고 본질적으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통합하게 되며 실질적 권한과 체계는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UPR 프리세션이 진행된 유엔 제네바 회의장에서 온라인 젠더기반 폭력 중지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추적단불꽃 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UPR 프리세션이 진행된 유엔 제네바 회의장에서 온라인 젠더기반 폭력 중지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추적단불꽃 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여성의 권리와 연결되는 모든 정부 정책의 영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언할 조정 메커니즘이 없어진다는 것이 부처 폐지 우려의 핵심”이라며, “성평등의 가치를 인구, 가족, 복지로 대체하는 것은 그동안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오래되고 차별적인 고정관념을 직간접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7년에 진행된 3차 UPR 심의에서 한국 정부는 여성과 소녀의 인권과 관련해 총 13개 권고 중 여성 차별 및 여성 폭력 근절 권고 11개는 모두 ‘수용’했으나, 임신중지권에 대한 권고 2개는 ‘불수용’한 바 있다.

이번 4차 UPR 심의에는 총 95개국이 참여해 한국에 총 263개 권고를 내놨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1일 보고서 채택 당시 이 중 97개 권고를 ‘수용’하고 일본군 성노예제 관련 1개 권고만을 ‘불수용’한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165개 권고에 대해서는 심의 보고서가 정식으로 채택되는 2023년 6월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 사무처장은 “이번 UPR 심의는 국제 사회가 새 정부 출범 전후로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의 여성인권 악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중시한다고 밝힌 정부인만큼 국제인권규범에 맞는 실질적 대응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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