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 문학상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우리 사회 곳곳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저항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월간데모’로 독자들을 만납니다. [편집자주]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지난 1월18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지난 1월18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3년 1월18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와 함께 대구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방문했다. 2021년 2월16일 대구시 북구청이 주민들의 탄원서를 이유로 이미 진행되고 있던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공사를 무기한 중단시켰다. 이후 2022년 11월부터 인근 주민들이 삼겹살 파티를 벌이거나 돼지머리를 공사 현장 앞에 갖다 놓는 등의 사건들이 일어났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돼지머리가 세 개 놓여 있었으며 그중 하나는 이미 부패해 1월 중순의 추운 날씨에도 날벌레가 주변에 꼬여들고 있었다. 대구차제연 활동가들은 이미 지역 주민들과 강렬한 접촉(!)을 몇 번이나 가졌던 듯 했다. 공사 현장에 가까이 가자마자 대구차제연 특정 활동가의 이름을 외치며 “아무개 나와라!” (나왔음) “뭐가 상해냐!” (상해사건이 있었어?!!) 등등 고성과 욕설이 울려퍼졌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무슬림 유학생을 붙들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학생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무슬림 학생회는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어르신을 공경해 대화로 해결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했다. 경북대학교 대책위에 참여하는 선생님 말씀대로 무슬림 학생들은 “놀랄 만큼 우아하고 침착하며 합리적이었다.” 공사 현장 주변의 아수라장과 무슬림 학생들의 차분한 태도가 너무나 대비돼 마음이 아팠다.

정보라 작가는 2023년 1월18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와 함께 대구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방문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정보라 작가는 2023년 1월18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와 함께 대구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방문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사건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12년부터 무슬림 학생들이 경북대 인근에 집을 빌려서 모여서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2014년 아예 근처의 싼 집을 매입해서 기도실로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도에 참여하는 무슬림 학생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기도할 때 기도용 매트를 깔고 엎드려서 하기 때문에 1인당 일정 정도 공간이 필요한데 사람이 너무 많아지니까 학생들이 마당에 나와서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외 기도는 여름에 덥고 장마가 지고 겨울에는 추운 한국 날씨 때문에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학생들은 2020년경 사원을 짓기로 했다. 북구청에 건축허가를 정식으로 신청했고, 허가받는 과정에서 건물이 도로에 인접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는 것을 알고 그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 인접한 집을 하나 더 매입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집 두 채와 부지를 학생들이 자기들 돈 모아서 샀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슬람 학생들이 건축주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비영리법인 등록도 완료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8년 동안 무슬림 학생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그 숫자가 7~10명에서 70~80명대로 열 배 불어났다. 그렇게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지금처럼 전국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충돌이나 갈등은 없었다.

그러다가 2020년 하반기에 공사가 시작되고 3개월 만에 주민들 수백명이 대구 북구청에 탄원서를 전달하고 ‘폭풍 민원’을 넣었다. 주로 안전권, 행복추구권, 생활권이 침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대구 북구청은 탄원서를 접수한 당일 즉각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공사 중지 명령은 주민등록등본처럼 그 자리에서 발급하는 게 아닐 텐데 이렇게 빠른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구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무슬림 학생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북구청은 동물 사체(돼지머리)가 공사 현장에 몇 달이나 방치돼 벌레가 꼬이는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구는 추운 지방이 아닌데,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면 쥐나 바퀴벌레 등 각종 해충이 모여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슬림 유학생들을 한국에 초청한 주체인 경북대학교는 모스크 건립 갈등에서 쏙 빠져서 학생들을 보호하는 공식적인 차원의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경북대 소속 교수들이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으나 이는 자발적 참여이며 학교 차원의 조치는 아니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은 2월에 돼지 수육과 소고기국밥 파티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주민들은 사원 건립과 기도모임이 이슬람 문화라면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한국 문화이므로 무슬림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차려놓고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는 것은 그저 무례이고 폭력일 뿐 어느 나라의 문화도 아니다.

2일 오후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앞에서 주민들이 돼지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일 오후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앞에서 주민들이 돼지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2년 인천에서도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유사한 갈등이 있었다. 2012년 7월 사단법인 알후다이스라믹센터가 이슬람센터를 건축하려 남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아 2012년 11월 착공했다. 그러자 12월에 종교단체가 중심이 돼 ‘이슬람은 폭력과 인권 유린 집단’이라는 명분으로 건축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여러 공방과 남구청의 공청회까지 거친 끝에 남구청은 2013년 9월 건축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인천 지역 시민단체가 특정 종교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슬람사원 측은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에 인천지방법원과 인천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 등이 행정소송과 사법소송에서 모두 이슬람사원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방은 끝났다. 이 내용은 인하대학교 김상섭, 정영태 저 “종교 갈등에 대한 지방정부 대응 연구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를 둘러싼 종교집단 간 갈등을 중심으로-”(2014)라는 논문에 잘 정리돼 있다. 

이슬람사원 측이 법적으로 승리하고 건축허가를 다시 얻으면서 마무리됐다. 이런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슬람사원 반대측에서는 법과 절차에 따르면 무슬림 유학생들이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건축 자체를 막아야겠다고 결심한 듯하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은 학교가 입학허가를 내주고 국가가 학생비자를 발급해주었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 “한국 내 모스크 분포와 이용에 대한 현황 연구”(이수정, 2018)에 따르면 1964년 한국에 처음으로 한국이슬람 중앙회가 발족했고 1976년에 종교법인 한국이슬람교재단이 설립됐다. 그 배경에는 박정희 정부가 중동에 건설근로자를 파견하면서 중동 국가들과 관계가 긴밀해졌던 이른바 ‘중동 특수’가 있다(김상섭, 정영태). 즉 이슬람 인구의 국내 이주는 경제적이고 외교적인 이유에서 국가 간 합의에 의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국가 간 합의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한국에 와서 생활하게 된 무슬림 인구를 보호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관련법과 제도를 개선해 이주민들이 안전하게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모적인 갈등과 충돌, 폭력 사태만 계속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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