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에너지원 가격 일제 상승…예년 대비 2배
주택 난방·농사 어려움 심각, 단열 약한 구조도 문제
중장기정책, 단기정책 모두 확대해야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이 26일 전북 부안군 시설감자 재배농가에서 한파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이 26일 전북 부안군 시설감자 재배농가에서 한파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난방비 폭탄에 전국이 떠들썩하다. 주택 난방과 시설하우스 농사에 기름을 사용하는 농민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도시에서는 주택난방에 도시가스를 이용하지만 농촌은 도시가스보다 비싼 등유를 주로 이용한다. 거기에 더해 농촌의 주택들은 밀집도가 낮고 노후화돼 단열이 약하기 때문에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등유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난방비 부담이 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022년 평균 실내등유 값은 1473원으로, 946원이던 2021년 대비 55% 상승했다.

경남 합천에 거주하는 최현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지역 사무처장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 난방에 등유 40~50만원어치를 쓴다. 올 겨울 난방을 위해 등유에 200만원 넘게 지출한 집도 있다”고 답했다.

농업용 면세유 값의 상승폭은 실내용 등유 상승폭보다도 크다. 오피넷에 따르면 2022년 농업용 면세유 평균 가격은 휘발유 1261원, 자동차용 경유 1396원, 실내등유 1288원으로 모든 면세유가 600원대이던 2020년 대비 2배가량 상승했다.

농업용 전기세도 대폭 상승했다. 최현석 사무처장은 “재작년보다 농업용 전기세가 60프로 이상 올랐다.”며 “생산비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대다수 농민들이 이래서는 농사 못 짓겠다고 아우성이다”고 했다. 

난방비와 생산비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다. 충남 홍성에 거주하는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여성신문에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기후위기로 인해 더 추운 겨울이 올 수도 있다”며 “앞으로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어 더 막막하다”라고 우려했다.

농촌 난방비와 생산비 폭등에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하 대표는 “난방비의 경우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가스요금 중심이기 때문에 농촌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취약계층 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금액이 확대됐지만 등유값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촌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지자체의 지원 역시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사무처장은 “경남에서는 면세유 상승폭 일부를 지원해주었지만, 오른 등유값에 비해 지원금 비중이 작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세는 대폭 상승했음에도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며 지자체의 부실한 대책을 질책했다.

농민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사무처장은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유금을 추가경정예산으로라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이 조합원으로 속해 있는 농협 또한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훗날 찾아올 에너지 난에 대비해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하 대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기후위기로 북극 한파가 더 거세진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단열이 약한 농촌 주택들을 보수하고 바이오매스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에너지 자립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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