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뉴시스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뉴시스

종종 저출산 대책 관련 토론회나 간담회를 참여하는데, 거의 예외 없이 듣는 얘기 중의 하나가 지난 20년 동안 수십조를 썼는데도 저출산 문제는 더 심각해져 가고,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인구절벽을 거쳐 소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탄식이다. 합계출산율이 2021년 0.81로 세계 최저 수준이니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0살 70만원, 1살은 35만원

이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최근 정책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모급여’ 신설이다. 정부는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손실을 보상하고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2024년부터 만 0세 100만원, 만 1세 50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 제도의 도입을 천명했다. 2023년에는 한시적으로 만0세 70만원, 만1세 35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부모급여는 이전의 정책시행과 비교할 때 상당히 과감한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우선 보육서비스, 양육수당, 아동수당 도입과정과 달리 소득수준에 기반한 선별주의가 아니라 처음부터 보편주의 방식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급여수준 자체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달리 매우 낮게 책정된 아동수당(10만원)을 고려해본다면 대단한 수준으로 보인다. 저출산 문제가 제기될 때 재정부족을 이유로 여러 정책을 외면했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출산 2년 이후 양육비 부담은?

그런데 부모급여의 이 엄청난 파격은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과연 부모급여가 아동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고 부모는 출산과 초기 양육의 어려운 시기를 넘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살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우려스러운 지점은 지속가능성이다. 정부는 부모급여의 기본취지로 출산 후 첫 1~2년 간 가정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 이외에 부모에게 직접 양육과 보육서비스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의문이 드는데 하나는 출산 후 2년 이후의 양육비 부담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여, 다른 하나는 서비스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사라질 영유아 보육인프라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부모급여는 가정양육 선호에 무게중심을 옮김으로써 돌봄의 가족화와 그동안 애써 만들어오던 보육생태계를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절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

어떤 현금정책이 지속가능성을 견지하려면 한 편으로는 지급량이 많아야 하고, 한 편으로는 지급기간이 길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급량과 지급기간을 모두 충족하는 현금급여 정책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OECD 국가들은 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기를 거치면서 단절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일례로 독일의 ‘부모시간’ 정책은 노동자가 초기 양육을 한 뒤 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가 명확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부모급여’는 양육비 부담 해결에 초점을 두었을 뿐, 여성을 일하는 근로자로 상정하고 이들을 복귀시키는 부분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 아이는 1-2년에 자라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양육비가 없어도 되는 순간은 없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몇 번 주어지는 급여보너스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양육을 할 수 있는 일가족양립의 토대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다. 정책적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며, 단기적 방안보다는 육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 노동-가족정책이 필요하다는 스웨덴 인구학자 군나르 안데르손 교수의 조언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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