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아의 애니멀리티] (끝)

고등학생 때 첫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 뒤 지금까지 쭉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으니 내 삶에 동물이 없었던 시간보다 동물과 함께 한 시간이 더 길다.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온 시간은 때로 버겁고 가끔은 세상이 무너질 만큼 슬프기도 했지만, 자주 행복하고 새롭고 즐거웠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생의 좋은 점을 너무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반려인구가 점점 더 늘어나는 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반려인구의 증가는 반드시 동물 복지 성장으로만 이어지지 않고, 여러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지난 1월 5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에 따르면 2022년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의 비율이 36.2%로, 2021년 23.9%에 비해 12.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펫코노미’라 칭하는 반려동물 산업 역시 크게 성장 중으로 2027년에는 그 규모가 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반려인구가 늘고 산업 규모가 확대됐음에도 보호소를 통한 유기동물 입양은 약 7%대로 여전히 낮은 수치다.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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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입양 비율에서도 알 수 있듯 도움이 필요한 동물의 수에 비해 그 동물들을 품어줄 적합한 입양처는 현저히 부족하다. 이는 유기동물을 구조해 입양을 보내는 동물단체나 사설 보호소 활동에 어려움으로 존재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유기동물 보호소를 가장한 신종펫숍의 등장이다.

포털사이트에 ‘유기동물 입양’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여러 업체들의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이 업체들은 파양 동물을 받아준다거나 무료로 동물을 입양 보낸다는 등의 내용으로 홍보를 하고 있어 얼핏 보면 펫숍과는 달라 보이지만, 실상은 이 중 대부분의 업체가 펫숍이다. 2020년 업체 내부 제보를 기반으로 동물자유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신종펫숍의 행태는 이러하다. 그들은 일정 금액을 받고 파양 동물이나 구조 동물의 가족을 찾아준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미비한 치료 등으로 인해 심지어 시설 내에서 동물이 죽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한다.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동물을 맡겼지만 그 후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일반 시민의 제보도 다수 접수됐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유기동물 보호소를 표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보호소’나 ‘쉼터’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현행법은 보호소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에 별도의 제약을 두지 않기 때문에 펫숍의 영업 행태를 띠는 업장이 보호소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시민들은 ‘안락사를 하지 않는’, ‘유기동물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등의 문구에 속아 해당 업체를 보호소라 믿고 동물을 구입하거나 많은 돈을 지불하며 파양 동물을 맡기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가 마치 봉사 시설과 같이 보호소로 위장하여 돈벌이를 하고 있는 현재의 영업 행태는 법으로 제재를 가해야 마땅하다.

올해 4월부터 시행될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2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호하는 민간 동물 보호시설에 대해 신고제를 도입한다. 해당 제도는 적정한 보호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동물 복지를 증진하고, 그 현황을 파악하여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반면 보호소로 위장한 신종펫숍 규제책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등장한 신종펫숍을 규제하기 위해 보호소 명칭 사용 금지 등의 방안 역시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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