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학! 사랑한다 응원한다' 2023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종계사에서 수험생 가족들이 응원 문구를 공양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종계사에서 수험생 가족들이 응원 문구를 공양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대학입학전형에서 1월은 정시전형 운영 시기이다. 수시전형에서 미충원된 인원을 정시전형으로 이월한 후, 정시 모집인원이 확정되면 정시전형은 시작된다. 그 일정이 12월 말에서 1월 초이다. 대학은 2월 초 합격자 발표까지 분주한 일정을 진행하고, 2월 중순 정시전형 충원 이후 미충원 인원에 대해 2월 말 추가모집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대학입학전형 체계는 3가지 축으로 작동한다. 국민의 정부에서의 ‘3불 정책’, 박근혜 정부에서의 ‘2013년 대입제도 간소화 방안’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의 ‘2019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공정한 대입을 위해 ‘수도권 16개 대학에 수능위주전형을 40% 이상 확대’ 등을 권고했다. 

수능위주전형의 확대는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전형과의 ‘엇박자’로 고교와 대학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수능은 표준화된 시험으로 공정하다’, ‘수능위주전형 입학자는 학업역량이 뛰어나다’라는 ‘신화’는 깨지고 있다.

대학들의 종단연구 결과에서 보여지듯 수능위주전형 입학자의 평균 평점(GPA)은 타입학전형에 비해 낮고, 심지어 이탈률(자퇴)은 타입학전형에 비해 높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제2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수도권 16개 대학의 입학전형별 신입생 특성 분석 자료와 유사하다. 포럼 자료에 따르면, 수능위주전형에서 N수생의 비율이 60%를 상회하고 있으며, 수도권 학생의 비율이 73%로, 논술위주전형 다음으로 높았다. 그리고 국가장학금 수혜율에서도 논술위주전형 다음으로 수능위주전형 입학생의 수혜율이 낮았다. 또한 중도탈락률의 경우, 16%로 타전형에 비해 가장 높으며, 평균 평점(GPA)은 타전형에 비해 가장 낮았다. 물론 GPA가 학생의 학업역량이라는 측면을 모두 대변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지만, 대학에서의 학습과 적응 정도의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수능은 반복적으로 문제풀이를 했을 때, 성적이 높아질 수 있는 시험구조이기 때문에 수능위주전형은 N수생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학에의 부적응을 조장할 수 있다. 덧붙여 N수생의 수능 성적이 그 학생의 학업역량인지, 반복적 응시에 의한 성취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또한 수능위주전형은 철저하게 서열화된 대학들 속에서 점수경쟁을 하게 한다. 정시 지원자는 최초 합격을 원하지 않는다. 소위 ‘문닫고 들어간다’는 충원 대상자가 되고 싶어 한다. 이것이 내 점수를 온전히 잘 활용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수능위주전형 입시상담은 학생부종합전형 입시상담에 비해 매우 간단하다. 학생부종합전형 입시상담에서 지원자는 학과를 지목하여 구체적으로 물어보거나, 자신의 관심과 노력, 장래 희망까지 얘기하며 어떤 학과가 적합한지 묻는다. 이에 비해 수능위주전형 상담은 수능 성적을 보이며, 어느 학과를 갈 수 있는지 묻는다. 지원자의 궁금증이 다르다,

수능위주전형을 ‘공정한’ 대입이라고 간주한 것은 ‘객관성’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학생이 한날한시에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시험을 보고 동일한 기준으로 채점을 하고 한줄로 줄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능을 처음 본 학생과 2번째 또는 3번째, 4번째 보는 학생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 공정한가? 논리력과 분석력이 뛰어난 학생과 심미적 감성이 뛰어난 학생을 동일한 조건과 내용으로 성취를 비교하는 것이 공정한가? 또한 수능성적은 타전형에 비해 학교나 부모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여 공정하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본인의 관심에 따른 교육과정 선택으로 수능 과목과 시험방법에 익숙하지 않는 학생과 학교에서 모든 시험의 유형을 수능과 같이 하고, 수능과 연계된 문제집 풀이를 반복하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은 학생의 수능 성적을 동일하게 간주하는 것이 공정한가? 그리고 수능위전형에서 보이는 낮은 국가장학금 수혜율과 N수의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부모의 영향력이 타전형에 비해 낮아서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가?

대학입학전형을 ‘공정성’이라는 잣대로 재단하기에 앞서, 무엇을 공정성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대학입학전형의 공정성은 ‘객관성’이 아니라 ‘타당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저울로 길이를 재려한다거나, 들쑥날쑥인 잣대로 옷을 재단한다고 생각해 보자, 옷이 제대로 될 일이 없다. 지금의 대입전형에서의 공정성 논의가 이러하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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