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싱어송라이터 출신 첫 회장
4만6000명의 저작권 보호 앞장
지난해 저작권료 3280억원 분배
전년보다 716억원↑ 역대 최대
아시아 등 해외서 40억원 늘어
체감인기 반영 ‘콤카 차트’ 신설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K팝은 더 이상 한국만의 음악이 아니다. 음반 수출액(CD 기준)은 매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21년 처음 2억 달러를 넘긴 음반 수출액은 1년 만에 100억 원이 늘어 2억3311만 달러(한화 약 2881억원)를 기록했다(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K팝의 세계적 인기는 음악 저작권 사용료의 증가로도 이어졌다. 2022년 음악 저작권 사용료로 3520억 원이 징수됐다. 해외 에서 사용된 저작권료는 약 2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억 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3280억 원이 작사·작곡자 등 저작권자들에게 분배됐다(한국음악저작권협회).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관리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한음저협) 추가열 회장은 “지난해 협회 역사상 최초로 징수액 3000억원을 돌파했고, 분배금도 역대 최대였다”라며 “회장 취임 이후 징수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지난해 소기의 성과를 이뤄 4만6000여 음악인들에게 보답해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문화 산업 수준에는 약 1조원 이상의 저작권 시장이 형성돼 있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올해는 입법 활동을 통한 저작권법 개정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악 사용료 미납건 및 방송 미계약 등 개선돼야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첫 싱어송라이터 회장

추 회장은 일반인에겐 ‘회장’이라는 직함보다 싱어송라이터로 더 익숙한 인기가수다.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1986년 통기타 가수로 데뷔해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발탁된 후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소풍같은인생> 등의 곡으로 사랑을 받았다. 대형 아이돌 기획사 1호 포크 가수라는 이색적인 타이틀과 함께 선보인 그의 노래는 “마치 누가 꼭꼭 밟아도 피어나는 잡초” 같았다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발매 3개월 만에 큰 사랑을 받았다. 가수 금잔디의 <일편단심>, <오라버니>, 김연자의 <밤열차>, 조항조의 <때>를 작곡하는 등 싱어송라이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추 회장의 집무실 한 켠에는 여전히 그의 분신과도 기타가 놓여 있었다. 섬세한 미성의 목소리가 추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지만 저작권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한음저협은 저작권 개념이 희미했던 1964년부터 60년 가까이 저작권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해 오며 작사, 작곡가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온 사실상 유일한 단체다. 추 회장은 앞서 8년 간 한음저협 제22대, 23대 이사로 일하며 저작권료 징수액 3000억 시장을 바라보는 협회로 성장시키는데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

그는 제24대 회장 선거 출마 당시 저작권 수수료 인하, 메타버스 시장 개척 등을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다. 협회 58년 역사상 첫 싱어송라이터 회장이다. 그는 창작자들이 음악의 가치 정당하게 보상받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추 회장은 ‘기부 가수’로도 유명하다. 음악 활동 초기인 1987년 당시 소아암 어린이 돕기 거리 공연을 시작으로 의정부 노인복지회 무료 공연, 대한적십자사 장학금 기부, 원로음악인 돕기 행사, 캄보디아 우물 파주기 캠페인 참여 등 어렵고 소외된 계층을 위해 봉사를 이어왔다. 지난 1월엔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로 위촉, 강원석 시인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눈물> 음원을 발표, 현지 상황에 대한 아픔을 알리고 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그의 기부·봉사 활동은 협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를 포함해 강서구 장애인복지시설인 샬롬의 집과 아동사회복지시설인 지온보육원, 시각장애인 자립생활 실현 단체 사단법인 윌 등에 기부금을 지원하는 등 지속적인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12월 27일 사회복지법인 송죽원에 10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12월 27일 사회복지법인 송죽원에 10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선진화된 저작권법 필요성 커져

추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글로벌 시대에 맞는 징수와 저작권법 개정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현재 K팝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음악 저작권료도 늘어나고 있지만 징수나 분배는 선진화된 저작권법을 가진 국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이 발표한 ‘2022 국제 징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음악 저작권료 징수 금액은 세계 9위다. 1위는 미국, 2위와 3위는 각각 프랑스와 일본이었다. 다만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저작권료 비중은 0.014%로 38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저작권료는 세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인 공연사용료와 OTT 사업자들의 저작권료 미납 등으로 지식재산 분야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음저협은 지난해 세계 121개국 228개의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를 회원으로 둔 CISAC 이사국에 재당선됐다. CISAC은 유럽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저작권법 개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등 세계 지식재산 산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 저작권 기구다. 추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실력 있고 뛰어난 대한민국 음악인들을 위해 이번 이사국 재당선이 반드시 필요했다”며 “K팝이 울려 퍼지는 지역에서 보다 완벽하게 저작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각 단체들에게 더욱 힘 있는 목소리로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추 회장은 “좋은 노래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음악인을 지킵니다, 음악을 지킵니다’라는 내용의 TV광고를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 회장은 “음악 산업이 규모 면에서 크게 성장하며 외적으로 화려한 면이 부각됐지만, 회장으로 취임해 국내 저작권 제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규정과 그에 따른 사용자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음악인들의 피해가 많은 상황”이라며 “저작권법 개정을 비롯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은 음악 산업과 음악 저작권 산업의 발전을 원하는 많은 아시아 국가의 좋은 본보기”라며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국회와 소통하며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국내 작사가와 작곡가 4만6000여명의 저작권을 신탁 관리하는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다. 1964년 설립됐으며 1995년 국제저작권관리연맹(CISAC) 정회원으로 등록됐다. 음악인이 만든 작품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합법적으로 유통되도록 관리하고 저작권료를 징수해 창작자에게 분배하는 전 과정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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