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 한 길만 걸어온 신 원장
송죽원 위기에 투입돼 정상화 이끌어
“늘 해결해야 할 문제 있지만… 뿌듯한 순간이 일 지속하게 해”

1946년 설립돼 77년 동안 보호자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여자 아이들을 돌본 곳이 있다. 바로 송죽원이다. 송죽원은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아동양육시설로, 기아·미아·피해학대·보호자의 질병·가출 등으로 가정 내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을 양육하고 있다. 현재 40명의 아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송죽원을 약 10년 째 이끌고 있는 것은 신영례 원장이다.

신영례 송죽원 원장 ⓒ홍수형 기자
신영례 송죽원 원장 ⓒ홍수형 기자

“어려서부터 어렵고 힘든 친구들을 바라보는 게 편치 않았다. 특히 어린 시절에 만났던 보육원 아이들과의 기억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때 반에 보육원 아이들이 많았고, 그 중 한명과는 지금까지도 형제처럼 지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동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대학을 아동복지학과로 갔다. 이후 서대문구청·마포구청에서 일을 하다가 아이를 키우느라고 그만뒀다. 기회가 닿아 이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을 하다 송죽원에 왔다.”

아동 복지의 길만을 올곧이 걸어온 그는 2014년 12월 송죽원의 사무국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당시 송죽원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회계부정 등으로 이사장이 해임되고, 이사회가 2개가 생겨 법적 분쟁까지 벌어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 중에, 송죽원의 구직공고를 봤는데 그때, ‘내가 다시 이곳에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서대문구청에서 일할 때 송죽원을 담당했고, 그때 분쟁의 싹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그래서 ‘송죽원의 일은 내가 해결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왔을 때는 송죽원이 신뢰를 상실한 상태라 어떤 일을 추진하기가 어려웠다. 매월 지도감독을 받았고, 3년 동안이나 아이들을 신규입소를 안 시킨 상황이었다. 사실 최고 피해자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이직률도 엄청났다. 시설평가를 하면 꼴지를 하기도 했다. 신뢰를 얻어가는 게 최우선적인 목표였다. 서울시에 계획서를 만들어 찾아가기도 했다.”

정상화 과정이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원장은 ‘여기를 다시 세우겠다는 일념이 본인을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의지가 불탔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정상화’라는 목표가 뚜렷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좋아지는 것들이 원동력이 됐다. 이직률도 줄어들고, 아동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들. 그런 것들이 힘이 됐다.”

송죽원 ⓒ홍수형 기자
송죽원 ⓒ홍수형 기자

송죽원의 정원은 총 54명. 현재는 40명의 아이들이 송죽원에서 지내고 있다. 많은 아이들을 마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송죽원에서는 늘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일탈에 빠지기도 한다. 우울증이나 정신과적인 문제를 겪을 때도 있다.”

좌절의 순간이 있듯이, 뿌듯한 순간도 있다. 신 원장은 뿌듯한 순간이 송죽원에서의 일을 지속하게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학교 안 가고 반항하던 애가 어느 날 사과하며 꿈이 생겼다고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더니 정말로 노력해서 회사에 입사했다. 이럴 때 행복하고 뿌듯하다. 그리고 저희 송죽원에 여자 축구선수 3명이 있는데, 이번에 이현정 선수와 김유이 선수는 U-20에 발탁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신영례 송죽원 원장 ⓒ홍수형 기자
신영례 송죽원 원장 ⓒ홍수형 기자

성장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던 신 원장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아이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볼 때 ‘불쌍하다’는 마음으로 본다. 근데 저는 그런 마음보다는 ‘대견함’, ‘존경심’이 들 때가 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보면 아픈 이야기가 많다.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이 어떻게 저렇게 버티고 일상을 살아내는지, 대견하고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도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봐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누가 나를 불쌍하게 봐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연신 밝은 미소를 짓던 신 원장의 표정은 아동양육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묻자 진지해졌다. 현장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 정책은 바로 ‘아이들과 부모와의 연결’을 위한 정책이었다.

“서류상으로 부모가 있는 경우가 70%다. 그런데 아이를 맡기고 부모로서의 책임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부모와의 연결이 끊겨버리면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아이들 통장 개설할 때, 휴대폰 만들 때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들이 버려졌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 뿌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적응에도 어려워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9조 3항에 보면 아동이 부모와 만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국가이므로,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송죽원은?

‘송죽 결사대’라는 이름으로 독립운동을 한 청해 박현숙 여사가 해방 후 불우한 학생과 어린이를 수용·보호하고자 1946년 설립한 여아 전용 아동양육시설. 건전한 사회인으로 아이들을 성장케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아동을 양육하고 있으며, 아동의 교육, 사회 적응, 정서지원, 가족 기능 강화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후원을 원하는 경우 송죽원 공식 홈페이지 www.songjukwon.co.kr 이나 02-391-3387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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