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운전면허 제도가 특이한 것 중 하나는 5년 이상 무사고 운전을 한 24세 이상 가족에게 운전교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운전연습자와 보호자가 동시에 국가 지정 운전연습학원에서 제공하는 기초과정을 수료하면 운전연습자는 보호자와 함께 거리에 나가서 운전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여성신문·뉴시스
스웨덴의 보건의료 복지는 보편적 복지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건강보험 제도를 채택해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 환자는 지출비용이 많이 드는 MRI, 초음파검사, 암치료, 중증치료비용, 입원비, 우리나라 간병인의 역할을 갖는 간호보조사 서비스 등이 기본사용료만으로 해결된다.ⓒ여성신문·뉴시스

가깝게 왕래하며 지내는 이웃이 얼마 전 팔꿈치에 암이 발견돼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완치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참으로 길고 힘들었다. 발꿈치에 갑자기 혹이 생겨 불안한 마음으로 의사를 찾아 상담을 시작했지만, 진단부터 수술까지 총 4개월이나 소요되었다. 암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황금시기를 놓칠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간절한 마음처럼 일정이 단축되지 않았다.

병원의 정체 현상은 오래된 문제다. 의사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고, 정밀검사와 치료를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응급실 대기 시간이 짧게는 대여섯 시간 길게는 24시간 정도가 걸리기도 한다. 지난 12월에는 응급실 복도에서 대기하던 어린이 환자가 대기상태에서 의사를 만나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스웨덴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간호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예약을 위해 보건소에 전화를 걸면 사람이 아닌 기계음이 대답을 한다. 음성안내에 따라 전화상담시간을 예약하면 2-3주가 지나서야 겨우 의사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또 기본적으로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안과, 호흡기내과, 비뇨기과 등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야는 6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로 인해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원인이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의료계를 떠난 간호사가 많아 미리 예약해 놓았던 수술까지도 차례로 취소가 되고 상황이 더 큰 문제다.

환자 수용할 병상 턱 없이 부족

스웨덴이 결코 의사 수가 부족하지는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3.98로 한국의 2.36보다 많다. 문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병상 숫자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12.3개에 이르지만 스웨덴은 2.2개에 그친다. 그만큼 환자를 수용할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다. 병상 수가 적은 것은 병원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이 원인이다.

병원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스웨덴의 보건의료 복지가 보편적 복지이기 때문이다. 국가건강보험 제도를 채택해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 환자는 지출비용이 많이 드는 MRI, 초음파검사, 암치료, 중증치료비용, 입원비, 우리나라 간병인의 역할을 갖는 간호보조사 서비스 등이 기본 사용료만으로 해결된다. 수술회복 후 퇴원할 때 내는 총비용이 고작 600~700크로네, 즉, 10만원을 상회하지 않는다. 18세까지 아동과 청소년은 치료비용이 무료이고, 치과까지 무료다. 이렇다 보니 이를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스웨덴 통계청 (SCB, 2021)에 따르면 스웨덴은 매년 보건의료복지 비용으로 3280억 크로네, 즉 41조원을 지출하고 있다. 보건의료복지를 담당하는 광역단체 레기온(Region)의 예산수입구조를 보면 환자가 지불하는 서비스 사용료와 기타 수익을 제외한 전체 예산수입의 91%는 국가의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결국 국민과 기업의 세금으로 보편적 보건의료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신뢰도 1위, 의료기관

어마어마한 보건의료 비용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하다 보니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정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병원을 마냥 지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보건복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자신들이 내고 있는 세금으로 보편적 보건의료복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좀 불편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도 큰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것이다. 예테보리 대학 미디어 연구소에서 매년 실시하는 2022년 국민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높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기관이 바로 의료기관이다. 불평이 제일 많을 것 같은 기관에 신뢰가 가장 높다니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스웨덴 사람들이 병원과 의료인의 서비스 질에 높은 만족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다리는 시간과 예약 등의 불편함 보다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의료인들에게서 받는 서비스의 질과 그들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숨은그림찾기 놀이와도 같다고나 할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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