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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지구촌의 축소판이 돼야 한다. 나와 다른 친구가 많을수록 동료의 효과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다. ⓒPixabay

대통령도 장관도 교육의 ‘다양성’을 말하고 있다. 교육에서 다양성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영재학교, 과학고, 전국단위자사고, 광역단위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 마이스터고를 포함한 직업계고 등등. 공고하게 서열화된 다양성을 의미하는가?

그렇지 않다. 교육에서 다양성이란 교육 공동체의 구성원을 다양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야만 동료효과(peer-effect)가 극대화하는 법이다. 말하자면 함께 공부하는 공동체에는 가난한 학생도, 부유한 학생도, 수학을 잘하는 학생도, 국어를 잘하는 학생도, 체육을 잘하는 학생도, 음악을 잘하는 학생도 함께 어울려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동기부여와 자극이 되는 것이고, 나와 다른 친구의 장점을 배울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상황에 놓인 친구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다양성’의 참된 개념이다. 

다른 환경·상황에 놓인 구성원이
함께 공부하는 것이 ‘교육 다양성’ 

필자가 예전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이 현재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장관을 하던 과거 그 시절이었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던 그즈음이었다. 대학에 입학사정관으로 선발된 이들 대다수가 고3 담임교사 경력을 가졌던 정교사가 아니라 대학에서 교육학, 심리학, 통계학 등을 전공했던 석, 박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언론에선 연일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문제 삼았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해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학생부를 어떻게 읽고 평가하느냐는 나름 타당한 문제 제기였다. 그래서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는 각 대학의 선임급 입학사정관들을 미국의 유명 대학 입학처 입학사정관들과 교류하며 연수를 받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필자도 당시 선발대로 참여하여 윌리엄스, 포모나, 미들베리 등 리버럴아트칼리지와 대형 종합대학으로 콜롬비아, MIT, 하버드 대학 등을 방문했다. 당시 입학사정관들과 학생선발에 대한 질의, 토론하며 받았던 문화적 충격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학생선발에 어떤 철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한마디로 “다양성”이라는 모범 답안이었다. 그저 점수로 학생들을 줄 세우며 그것도 모자라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따지면서 합격과 불합격을 구분하는 우리의 학생선발에 담긴 문화와 제도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우리에겐 ‘철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냥 점수로 줄 세우는, 가장 쉽고 편한 선발방식이었다. 그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 갖는 기본 태도와 지향은 수업을 받을 공동체의 구성에서 어떻게 ‘다양성’을 확보해줘서 성장을 도모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사실 놀랐다. 우리의 학생선발과 제도에 담긴 철학은 그야말로 빈약하고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방문했던 어느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진지하게 건넨 말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나와 다른 친구가 많을수록
‘동료 효과’ 받으며 성장한다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지구촌의 축소판이 되어야 합니다. 흑인, 백인, 황인, 히스패닉 등. 종교로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 등등. 계층별로는 극빈층부터 기부금을 내고 입학하는 계층까지 전부 포괄해야 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 비교과 활동이 왕성한 친구, 봉사에 헌신하는 친구, 수학을 잘하는 친구, 체육을 잘하는 친구 등등. 그래야 그 안에서 많은 친구의 영향을 받고 함께 성장하는 법입니다. 나와 다른 친구가 많을수록 동료의 효과를 받으며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졸업 이후에도 세계에 나가서 모두를 이해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적이 가장 좋으면 영재학교, 영재학교에 떨어지면 과학고, 과학고에 떨어지면 전국단위자사고와 광역단위자사고 그도 아니면 일반고에 지원해야 하는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얼마나 ‘다양성’에도 차원이 다른가! 우리나라도 이젠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다양성’이 학생선발의 철학에 적용되어야 한다. 기성세대의 몫이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하나고 교사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하나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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