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뮤지컬의 만남 잇따르는 가운데
베토벤 조명한 뮤지컬 연이어 개막
EMK 창작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네 번째 시즌

2023년 새해부터 베토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뮤지컬이 관객과 만난다. (왼쪽부터)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뮤지컬 ‘베토벤’ 초연,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네 번째 시즌 캐릭터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과수원뮤지컬컴퍼니
2023년 새해부터 베토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뮤지컬이 관객과 만난다. (왼쪽부터)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뮤지컬 ‘베토벤’ 초연,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네 번째 시즌 캐릭터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과수원뮤지컬컴퍼니

2023년 벽두를 여는 뮤지컬계의 주인공은 ‘베토벤’이다. 음악의 성인(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삶과 상처, 사랑을 다룬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7년 걸린 대작 창작뮤지컬 ‘베토벤’

클래식과 뮤지컬의 만남은 이제 제법 익숙한 시도다.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등 거장들의 음악과 삶을 다룬 작품이 최근 잇따라 국내 무대에 올랐다. 친숙한 명곡을 편곡해 새로운 결을 더하고, 흥미로운 서사를 부여해 클래식과 뮤지컬 애호가들 모두 즐길 만한 공연으로 재탄생했다.

이번엔 베토벤이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뮤지컬 ‘베토벤’이 지난 12일 개막했다. 베토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사후 베토벤의 비밀 서랍에서 발견된 연애편지의 주인공이자, 그 정체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불멸의 연인’을 다룬다.

아들을 천재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 속에서 자란 베토벤은 괴팍하고 냉소적인 인물로 성장한다. 우연히 다른 남자와 정략 결혼한 여성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 서로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안토니는 실제로 베토벤이 만났던 여러 여성 중 유력한 ‘불멸의 연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극중 베토벤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고뇌하며 부르는 넘버 ‘사랑은 잔인해’(LOVE IS CRUEL) 가사에 베토벤이 실제로 쓴 연서의 문장을 차용하기도 했다.

창작뮤지컬 ‘베토벤’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창작뮤지컬 ‘베토벤’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베토벤(박효신·박은태·카이)과 그의 ‘불멸의 연인’ 안토니(조정은·옥주현·윤공주), 베토벤의 친동생 카스파(이해준·윤소호·김진욱) 등 걸출한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 ‘레베카’,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을 만든 유명 작사·작곡가 콤비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참여했다. ‘비창’, ‘월광’, ‘엘리제를 위하여’ 등 잘 알려진 곡을 새롭게 변주했다.

길버트 매머트 연출은 지난해 12월1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혁명적인 뮤지컬”, “베토벤의 음악과 음악적 형식을 넘어 감정을 새롭게 음악에 녹인 점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는 “한국 무대에서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의미가 남다르다”며 “여러 국가들을 제치고 쿤체·르베이 콤비와 신뢰를 쌓아온 EMK가 기회를 잡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23년 3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네 번째 시즌 맞은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 모습.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 모습.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화려한 대작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작품도 있다. 네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다. 유년기의 아픔, 청력 상실, 조카에 대한 집착 등 베토벤에 관한 유명한 에피소드들을 정성스럽게 모은 보석함 같은 작품이다. 김주호, 박민성, 테이, 백인태, 김준영, 정재환, 조훈, 임세준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한다.

베토벤의 생애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에 가깝다. 어린 시절, 청년 시절, 말년을 모두 다른 배우가 맡아 그의 고통과 갈등,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말년의 베토벤으로 분한 김주호 배우의 무대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거장의 식지 않는 창작열, 조카를 향한 비뚤어진 애정, 삶의 마지막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초연함까지도 뛰어난 노래와 연기로 표현했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네 번째 시즌 캐스팅.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네 번째 시즌 캐스팅.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유일한 여성 캐릭터 ‘마리’는 ‘루드윅’을 빛낸 또 다른 요소다. 뻔한 홍일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지만, 불합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다른 사람들을 일깨우는 인물이다. 베토벤의 ‘소울메이트’로 알려진 안나 마리 폰 에르되디 백작부인을 모티브로 삼았는데, 역사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새로운 서사를 부여해 흥미로운 캐릭터가 됐다. 2022년 대작 뮤지컬 ‘웃는 남자’의 ‘데아’ 역으로 주연 데뷔했던 유소리 배우의 첫 대학로 무대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탄탄한 연기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9번 ‘합창’ 등 명곡을 바탕으로 한 아름답고 웅장한 넘버를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피아니스트가 공연 내내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다. 이번 시즌은 양찬영, 조재철, 크리스 영 세 피아니스트가 출연, 배우로도 활약한다.

제작사 과수원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프리다’, ‘스모크’ 등 창작 뮤지컬로 호평받은 추정화 극작가·연출가, 허수현 작곡가·음악감독의 작품이다.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지난달 일본 도쿄, 오사카 등 투어공연은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중국 쇼케이스 공연도 호평받았다. 3월 12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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