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실천문학사 통해 책 2권 내며 복귀

2022년 12월 출간된 고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실천문학사
2022년 12월 출간된 고은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실천문학사

성추행 의혹 이후 두 편의 책을 출판하며 복귀한 고은 시인의 활동 재개를 비판하고 피해자에 대한 고은 시인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대표 강혜란, 최진협, 이하 민우회)는 13일 ‘피해자들의 일상이 안전해질 때까지, 당신의 죄는 잊힐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우회는 “최영미 시인이 고은의 성폭력 사실을 밝히고, 최영미 시인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1, 2심에서 고은이 패했음에도 고은은 여전히 당당하다”며 “우리는 가해자가 ‘어느 시점’에 돌아올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가 피해자가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됐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우회는 두 편의 책을 출판한 실천문학사에 대하서 강력 비판했다. 단체는 “실천문학사는 고은의 복귀를 일언반구 없이 진행하며, 문학업계를 ‘사과 한마디 없이도 가해자 자신이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만약 그가 복귀의사를 밝혔다면, 그에게 명예와 권력을 줬던 모든 주체들은 피해자에게 사과 없는 가해자의 복귀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을 했어야 한다. 실천문학사는 고은의 복귀의 조건으로 피해자에게 해야 할 사과나, 사과 없는 복귀가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확인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우회는 최영미 시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문단 내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했던 노력을 짚었다. 이들은 “#문단내_성폭력을 고발했던 사람들과 고은 시인의 성폭력사실을 공개한 최영미 시인의 용기는, 문단 내 성폭력이 중단되도록 위계적인 구조를 없애는 것을 향해있었다. 2018년 미투(#Metoo)는 성희롱 발언에, 성폭력 상황에 문제제기를 하면 등단을 할 수 없고 책을 낼 수 없는 현실을 살아냈던 그들이, 이를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함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용기들이 모여 성폭력방지를 위한 장치들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성폭력/성희롱을 적극적으로 금지하고, 사안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게 하는 법률은 수많은 사람의 미투(#Metoo)가 모여 만들어진 결과”라며 “그런데 성폭력은 없어야 한다고 어렵게 모여온 이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고은의 복귀는 여전히 문단 내에 있을 가해자들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우회는 고은 시인이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의 일상이 안전해질 때까지, 당신의 죄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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