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9일 대통령 업무보고
아동 성착취물 실태조사 최초 실시
한부모 양육비 지원 3만명 확대
윤 대통령, 여가부 폐지 재차 강조
“여가부, 더 큰 조직에 들어가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업무보고 사후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업무보고 사후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가 올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조사를 최초로 실시하고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을 3만 명 더 늘리기로 했다. 가정·성폭력 피해 남성 보호시설도 처음으로 들어선다. 부처 출범 후 20년간 정책목표로 내세웠던 ‘성평등 가치 확산’은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처음으로 빠졌다. 여성 관련 정책은 ‘출산·양육’, ‘피해 지원’, ‘경력단절 예방’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재차 여가부 폐지 의지를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이게(여가부는) 원래 기존의 다른 부처에 있는 기능들을 분리해 합친 건데, 저는 선거 때부터 여성, 가족, 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다시 원래대로 복귀시켜서 인력과 예산 등이 좀 더 큰 조직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여성과 청소년과 가정에 대한 실질적 보호 기능을 더 튼튼하게 해 줘야 된다는 마음에서 작년에 여가부에 관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내놨는데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가 안됐다”면서 “여가부가 존속하는 동안에는 그러한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여성과 청소년과 가족에 대한 국가 보호를 더 튼튼하게 해야 된다”고 했다.

딱 3번 언급되는 ‘성평등’

여가부는 이날 ‘따뜻한 동행과 행복한 가족’을 주제로 업무보고를 했다. 여기에는 △약자에게 더 따뜻하고 안전한 사회 조성 △저출산·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미래 인재 양성 △촘촘하고 든든한 지원을 위한 사회서비스 고도화라는 3대 목표가 담겼다. 6대 핵심 과제는 △다양한 가족 지원 △아동·청소년 보호 △5대 폭력 범죄피해자 지원 확대 △함께 돌보고 일하는 사회 △청소년 미래 인재 육성 △가족·청소년 지원 서비스 혁신 등이다.

이번 업무 추진계획에는 성평등과 관련한 정책목표는 담기지 않았다. 그동안 여가부는 정책목표에서 ‘모두가 체감하는 성평등 사회 구현’(2022년), ‘성평등 사회 기반 마련’(2019년) 등이 포함됐다. 정책목표에서는 빠졌더라도 실천과제에는 대부분 ‘양성평등문화 확산’(2014·2017년), ‘실질적인 남녀평등 확립’(2010년) 등 성평등 관련 목표를 설정해왔다. 그러나 2023년 업무 추진계획에는 정책목표와 실천과제뿐 아니라 주요 업무 설명에도 ‘(양)성평등’은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전체 업무 추진계획 중 성평등 용어는 ‘양성평등 실태조사’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 ‘UN Women 성평등센터’를 인용하거나 설명할 때 딱 3번 사용된다.

매번 주요 정책목표나 세부과제에 포함됐던 ‘여성폭력’ 관련 표현도 올해는 빠졌다. 앞서 여가부는 지난달 공개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도 그간 사용해온 ‘여성폭력’ ‘젠더폭력’ 등 정책 용어를 ‘폭력’이라는 단어로 대체한 바 있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8일 열린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6대 핵심 과제에 성평등과 관련한 정책이 없다’는 질문에 “‘함께 돌보고 일하는 사회’ 정책 과제 세부 내용에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직업훈련 과제가 담겨 있다”고 답했다. 또 세계 한민족 네트워크, 유엔기구와의 협력,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성평등 정책으로 꼽았다. 특히 이 차관은 “여성들이 가장 어려운 것은 자녀양육과 돌봄의 문제”라며 “양육과 돌봄은 가족정책으로 담겨 있으나 결국은 양성평등을 하기 위한 근간이 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여성가족부

한부모 양육비 3만명 지원

여가부는 올해 한부모가족과 위기청소년의 사회안전망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먼저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을 3만명 확대하고, 현재 40% 수준인 양육비 이행률을 2027년까지 5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저소득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 조건을 기준중위소득 58%에서 60%로 완화했다. 청소년 한부모(만 24세 이하)는 중위소득 60%에서 65%로 더 폭넓게 완화했다.

비양육 부모와 자녀의 면접 교섭 서비스 및 양육비 이행 관련 정보제공·상담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위탁 소송의 모니터링 지원을 확대한다. 양육비 이행을 위한 제재 조치도 강화된다. 양육비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명단 공개 시 대상자의 의견 진술 기간도 90일 이상에서 10일 이상으로 단축해 절차를 간소화한다.

위기청소년을 위해서는 2024년까지 ‘위기청소년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위기사례 발굴에 나선다. 쉼터 퇴소 청소년 자립지원수당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늘리고, 은둔형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대상에 새로 포함했다.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자살·자해 등 공위기 청소년을 위한 심리 클리닉을 운영하고, 정신건강 전문 인력인 임상심리사를 시·도 17개 센터에 배치한다. 위기 청소년을 직접 찾아가 사례 관리를 할 청소년동반자도 1363명에서 1398명으로 증원된다. 학습·정서·행동 문제를 가진 청소년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국립청소년디딤센터도 2027년까지 전북 익산시와 광주시에 추가로 건립한다.

아이돌봄 960시간으로 확대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시간을 연 840시간에서 960시간으로 확대한다. 지원 가구도 7만5000가구에서 올해 8만5000가구로 늘린다. 응급상황이나 출퇴근 등 개별 맞춤형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해 2024년까지 ‘아이돌봄 통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한다.

가족친화 인증기업도 현재 5415개에서 5800개까지 늘리고, 최고기업 지정을 확대해 가족친화적인 직장 문화를 확산한다.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IT, AI, 바이오 등 미래유망·고부가가치 직업교육 훈련을 74개 과정으로 늘리고, 경력단절 가능성이 높은 여성과 기업을 대상으로 생애 주기별 경력 준비-유지-전환 등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한다.

성별·세대 간 인식 변화와 요구를 반영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1월 중 수립해 발표하고, 공공부문 대상 조직문화 진단과 개선 지원 대상을 행정기관에서 공공기관까지 확대한다.

폭력피해 남성 지원 신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온라인 상의 성착취·성폭력 목적의 ‘그루밍’(길들이기) 처벌 대상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조사도 올해 최초로 실시하는 등 아동·청소년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한다. 성폭력방지법 개정을 통해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 기간을 만 21세에서 만 24세로 늘려 보호와 자립 준비를 지원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지역 특화 상담소를 현재 10개소에서 14개소로 늘리고,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정황 발견 시 경찰, 피해지원기관 등에 직접 연계하는 실시간 신고·대응체계를 마련한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사건의 경우도 남성 피해자 보호시설을 처음으로 설치하고,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입소 동반 자녀의 범위를 영유아에서 아동으로 확대한다. 또한 성폭력 증거채취 응급키트 처치료를 개당 7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현실화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간병비도 월 313만원으로 8% 인상해 생활 안정 지원을 강화한다. 여가부는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를 통해 전시 성폭력 문제 인식 확산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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