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폭로 후 5년 만에
등단 65주년 기념 시집·대담집 펴내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복귀 파문

2022년 12월 출간된 고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실천문학사
2022년 12월 출간된 고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실천문학사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후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90) 시인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시집과 대담집을 연달아 펴냈다. 독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출판사 실천문학사는 지난 12월 고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캐나다 시인이자 정치철학자 라민 자한베글루와 고 시인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출간했다. 계간 ‘실천문학’ 겨울호(146호)에 고 시인이 쓴 김성동 시인 추모시 ‘김성동을 곡함’도 실었다.

고 시인은 신간에 수록한 ‘작가의 말’ 등에서 딸과 아내 등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펴낼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혔으나, 자신의 성추행 의혹 등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독자평에는 “한심스럽다”, “이런 게 바로 추한 출판이다. 기억한다” 등이 올라오고 있다. 서점가도 홍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고은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알라딘 독자평 일부.
고은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알라딘 독자평 일부.
고은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알라딘 독자평 일부. ⓒ알라딘 웹사이트 화면 캡처
고은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알라딘 독자평 일부. ⓒ알라딘 웹사이트 화면 캡처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2017년 최영미 시인이 계간지 ‘황해문화’에 고 시인이 저지른 성추행을 묘사한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고, 이듬해 ‘미투(#MeToo) 운동’으로도 이어졌다.

파문이 커지면서 고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등을 사퇴했다. 교육부는 2018년 3월 고 시인의 시를 초·중·고 교과서에서 빼기로 했다.

고 시인은 2018년 3월 영국 가디언에 성명을 보내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 없다”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고, 그해 7월 최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 시인이 과거 작성한 일기 등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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