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과학]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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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잡지 ‘네이처’에는 “영국 과학계는 어떻게 흑인 과학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나 (How UK science is failing Black researcher)”이라는 흥미로운 기획 기사가 올라왔다. 여러 나라 과학계의 민족적 또는 인종적 다양성 데이터를 조사해 발표하는 기획기사로, 첫 번째로 영국 과학계를 다룬다. 네이처는 이 기사 이전에도 영국 과학계 내 흑인 과학자들의 네트워킹 문제나 대학원생 문제를 꾸준히 조명해왔다. 놀랍게도 2020년~2021년 영국 물리학계에 흑인 교수는 한 명도 없으며, 영국의 모든 학문 분야를 통틀어 교수 2만2855명 중 흑인은 160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계 교수들도 약 8%에 불과하며, 중국계나 인도계를 제외한 이민 인구가 많은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출신들의 학계 진출률도 현저히 낮다. 

이 기사는 영국 과학계의 인종적 편향을 좀 다른 각도로 읽어낸다. 영국의 흑인이나 이민자들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과학보다 공학이나 의학을 선택하기도 하고, 가족 부양으로 인해 과학이 ‘지식을 추구하는 사치‘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 “10년 이상 학계에 몸담았지만 파키스탄 여성 강사는 나 하나뿐이었다”는 한 인터뷰이의 이야기는 늘 인식하고는 있지만 쉬이 개혁하지 못하고 있는 다양성에 대한 문제를 상기시킨다. 

또한, 박사과정생도 명문대 출신 위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이 가진 과학에 대한 재능이나 열정과 관련 없는 무수한 이유들 때문에 대학원의 문턱이 높다고 한다. 더불어 추천서에 의존해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편견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즉 연구비 수여에 대한 인종 편향적 심사로 끊임없이 악순환하며 영국 과학계는 흑인 과학자들을 과학계에 정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도하=AP/뉴시스] 프랑스의 킬리앙 음바페가 지난 11월 2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덴마크와의 경기 후반 16분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도하=AP/뉴시스] 프랑스의 킬리앙 음바페가 지난 11월 2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덴마크와의 경기 후반 16분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더 이상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줄어드는 출산율과 학령인구, 이공계 기피 현상은 한국 과학계의 인력 문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제 한국 대학원에서 동남아, 동유럽, 중국 유학생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들을 너그럽게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그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비자, 주거, 금융 문제 등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의 과학계를 통해 교육받은 사람들이 한국 과학계에서 연구 책임자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하다. 언젠가 네이처에서 한국 과학계의 인종적 다양성에 대한 기획 기사를 낸다면 처참한 현실이 공공연하게 드러날 것이 자명하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골든 부트’(득점왕)를 차지하며 스타로 떠오른 킬리안 음바페를 포함해 아프리카계 선수가 대부분이었던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이 떠오른다. 이들이 국가대표로 서기까지 이민과 난민 문제로 인한 잡음, 극우 세력과 기득권의 끊임없는 방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월드컵 우승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교육을 통해 선수들의 인프라를 넓히고 기득권의 부패를 도려냄으로써 지금의 대표팀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미래의 한국 과학계에도 ‘음바페’가 등장할 날이 올까?

문성실 미생물학 박사 ⓒ문성실 박사 제공
문성실 미생물학 박사 ⓒ문성실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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