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관장, 법률신문 인터뷰서 심경 토로
“남편 재산의 1.2% 분할 판결 수치”
최태원 회장 측, “일방 주장 심히 유감”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 아트센터나비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 아트센터나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심 판결에 대해 처음 심경을 밝혔다. 노 관장은 “저의 경우는 보통의 이혼과는 다른 ‘축출 이혼’”이라면서 “1심 판결로 인해 앞으로 기업을 가진 남편은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헐값에 쫓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성의 역할과 가정의 가치가 전면 부인됐다”고 주장했다.

“제겐 완전한 패소…
가정 지키려고 끝까지 노력”

법률신문은 2일 노 관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노 관장은 인터뷰에서 1심 판결에 대해 “제겐 완전한 패소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가 결혼 생활 34년간 가장 애를 쓴 건 가정을 지키고자 한 것”이라며 “그동안 인내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다. 그래도 저는 가정을 지키려고 끝까지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도 다 지켜보는 재판인데, 판결이 이렇게 난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며 “특히 이 판결로 인해 힘들게 가정을 지켜온 많은 분들이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당하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인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김현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위자료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내고, 2019년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한 이후 각각 5년과 3년여 만이다.

노 관장은 당초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가운데 50%를 재산분할로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노 관장의 항소장 제출 이후, 최 회장 측 역시 소송 결과에 불복해 맞항소를 제기했다.

노 관장은 재산 분할 665억원에 대해 “외부에 드러난 바로 5조원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제가 분할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며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그 사업을 현재의 규모로 일구는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그 금액보다 그동안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고 했다.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시스·여성신문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시스·여성신문

“재산 1.2%분할 1심 판결로
제 삶의 가치 완전히 외면당해”

1심 재판부는 최 회장 소유 SK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노소영씨가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사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게 하는 것은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내밀하고 사적인 분쟁에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 관장은 “1심 판결 논리대로면 대기업 오너들뿐 아니라 규모를 불문하고 사업체를 남편이 운영하는 부부의 경우 외도한 남편이 수십 년 동안 가정을 지키고 안팎으로 내조해온 아내를 재산상 손실 없이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자신이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회장과 1988년에 결혼해 큰딸, 둘째딸, 막내아들을 낳아 키웠고, 34년간 가정을 지켜왔다. 최 회장이 두 차례나 구속되고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의 곁을 지켰다”며 “시카고대학 경제학부 박사과정에서 최 회장을 만났을 때부터 미래와 사회에 대한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눈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또 “결혼 후 자녀들이 생기자 저는 육아와 내조를, 남편은 사업을 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면서 자신은 “아트센터 나비를 통해 SK의 무형의 가치, 즉 문화적 자산을 향상하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축출 이혼’, 쫓겨난 것이다…
여성의 역할 전면 부인된 판결”

그는 재벌가의 재산 다툼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노 관장은 “제가 지키고 싶은 것은 돈 보다도 가정의 가치”라며 “저의 경우는 보통의 이혼과는 다른 ‘축출 이혼’이다. 쫓겨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심 판결로 인해 앞으로 기업을 가진 남편은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헐값에 쫓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성의 역할과 가정의 가치가 전면 부인되었다. 이것이 제 마음을 가장 괴롭힌다. 이 판결로 갑자기 시계가 한 세대이상 뒤로 물러난 것 같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가사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영자 내지 소유자와 별개의 인격체로서 독립하여 존재하는 회사 기타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내밀하고 사적인 분쟁에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고 기타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를 결심한 이유는 딸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노 관장은 1심 재판 후 딸에게 “엄마 혼자 너무 힘드네. 여기서 멈출까”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딸이 “여기서 그만두는 엄마가 내 엄마인 것은 싫다”고 답했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가정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 가치의 훼손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며 “사법부가 그것을 지켜주는 곳이길 간절히 바라면서 사법부를 믿고 열심히 항소심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도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변호인단은 2일 공식 입장을 통해 “심히 유감”이라며 “위법한 (인터뷰)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은 재산 분할에 관한 새롭거나 특이한 기준이 아니며, 이미 오랜 기간 확립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따른 것”이라면서 “당사자가 한 인터뷰 내용 역시 수년간 진행된 재산 분할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장됐던 것이며, 1심 재판부가 이를 충분히 검토하여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사소송법 제10조에서는 가사 사건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반해 재판 중인 당사자 일방의 주장만을 기사화한 법률신문의 보도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위법한 보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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