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9일(현지시간) 요르단을 찾은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  ⓒ뉴시스·여성신문
2009년 5월 9일(현지시간) 요르단을 찾은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 ⓒ뉴시스·여성신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지난 12월31일 95세로 선종했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명예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전 9시 34분 바티칸의 메타에클레시아 수도원에서 선종했음을 슬픔 속에 알린다”고 밝혔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어)는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2005년 78세 때 교황에 선출됐다. 2013년 2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해 명예 교황이 됐다. 교황직을 스스로 내려놓은 첫 가톨릭 지도자다.

보수 성향의 베네딕토 16세는 전통적인 이성 간 결혼을 통한 가족관을 고수하면서 임신중지, 동성애, 피임, 이혼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안락사, 인간복제 같은 윤리 문제나 해방신학, 여성 사제 서품 등 교계 내 문제에서도 보수적 입장을 고수했다.

2018년부터 제기된 교황청의 ‘성직자 성범죄 은폐’ 의혹 관련, 베네딕토 16세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2022년 2월 교황청 서한에서 자신이 1977년~1982년 뮌헨 대교구 대교주 시절 성직자들이 저지른 성 학대에 미흡하게 대응했음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는 실패”했다며 물질주의를 비판하고 빈부격차, 환경 파괴 등을 막기 위한 새로운 국제 질서 확립을 촉구해왔다. 

대한민국과도 인연이 깊다. 베네딕토 16세는 재임 시절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분단으로 인해 50년이 넘도록 고통받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서로 소식조차 주고받지 못하게 만든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기도하겠다”고 했다. “한반도 주변의 핵무기 경쟁의 위험은 교황청도 전적으로 공감하는 또 다른 근심거리”라고도 덧붙이기도 했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도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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