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성(性)적 인간 사라지고 가족 역할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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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후의 로맨스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에서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의 연애는 50, 60대임에도 불구하고 로맨틱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엉엉 우는 다이앤 키튼의 모습과 진지하게 사랑 고백을 하는 잭 니콜슨의 모습들이 열정적인 20대의 연애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노인들의 사랑에 대해서도 관대할까. 지난 4월 KBS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속 노년의 사랑을 살펴보자. 늘그막에 인생의 동반자를 찾은 두 노인이 등장한다. 그들의 사랑 곁에는 다 늙어서 주책이냐고 구박하는 딸과 아버지에 대한 배신이라고만 생각하는 아들이 있다. 이들 앞에 전부인까지 나타나 이들의 관계를 위협한다. 전부인의 존재는 기존 로맨스의 설정과 같지만 그들의 연애를 탐탁하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은 전부인보다 딸과 아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들의 사랑싸움, 질투와 같은 감정 묘사는 사라지고 오직 주변 가족들의 반대에 맞서는 모습만이 남게 된다. 체면, 명예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노년의 사랑을 개인적인 연애로 바라보기보다는 가족 문제로 포함시켜버린다.

최근 개봉했던 '고독이 몸부림칠 때'처럼 중년 이후의 로맨스를 코믹하게 다룬 한국영화는 완성도가 여느 영화보다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평론가 주진숙씨는 “영화의 소재가 주관객층인 젊은이들을 압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영화도 산업이기 때문에 관객을 끌기 힘든 노년의 로맨스와 같은 소재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김영옥 연구교수는 “로맨스와 나이든 사람들에 대한 편견, 몸에 대한 편견들이 연쇄적으로 노년의 로맨스를 우리 사회에서 소외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인식 속에 할아버지는 완고하고 근엄한 웃어른,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일생 헌신적인 어머니이자, 며느리와 주도권을 두고 갈등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으로만 남아 있다. 가정 안에서 역할모델이 분명한 그들에게는 성적 욕망이나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 무성의 이미지로 우리들의 관념 속에 박혀 있는 것이다. 김영옥 교수는 “노년에 대한 기존 이미지들이 로맨스에 대한 편견, 즉 로맨스는 열정적이고 모험적이므로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과 만나면서 노년에게 연애의 기회는 끝났으며 그들의 연애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라면서 노년의 로맨스가 소외되는 양상을 지적한다.

물론 이러한 통념을 깨고 노년의 섹스를 직접적으로 다뤄 주목을 받았던 한국 영화 '죽어도 좋아'의 경우, 노인들에게도 이성에 대한 관심, 성적 요구 등이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일정 부분 성공한 것은 소재가 관객들을 끌 수 있는 '섹스'였기 때문일 뿐 여전히 노년의 로맨스는 별개의 문제로 무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김유경 객원기자 rac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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