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청년여성이 OO를 합니다 (끝)]
전문가에게 지방 도시와 농촌의 현재와 미래를 듣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 없어 지방 떠나…
정체성을 좀 더 포용해줄 수 있는 곳 되어야”

경북 상주 청년이그린협동조합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 ⓒ청년이그린협동조합
경북 상주 청년이그린협동조합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 ⓒ청년이그린협동조합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 상황을 일컫는 이른바 ‘지방소멸’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 중심에 여성 청년이 있다. 20~39세 여성 인구 수는 ‘소멸위험지역’을 가르는 잣대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20~39세 여성의 수보다 배 이상 많아서 사라질 수 있는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49.6%)에 달한다(한국고용정보원). 2015년보다 33곳, 2020년보다는 11곳 늘었다.

여성신문의 ‘지방에서도 청년여성이 OO를 합니다’ 기획에서는 지방에서 청년 여성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주목해봤다. 마지막으로 여성신문은 지난 12월 26일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어 지방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의 청년 여성의 삶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양희주 제주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송해리 청년 여성 등이 참석했다.

여성신문은 지난 26일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어 지방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의 청년 여성의 삶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신문
여성신문은 지난 12월 26일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어 지방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의 청년 여성의 삶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신문

- 여성신문이 만난 지방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여성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는 것을 꿈꿨지만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지방에 남았습니다. 청년 여성들에게 지방이 좀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계십니까?

신경아(신) : 강원도 지역을 연구한 자료를 살펴보면, 청년 여성들이 떠나고 싶어 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일자리예요. 내가 공부한 것,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내가 원하는 소득 등을 비추어볼 때 나의 기대와 부합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지방에서는 힘들어요. 두 번째는 문화예요. 청년여성들은 문화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큰데, 지역이 아무래도 문화적 시설이라든가 프로그램 등이 굉장히 부족하죠. 그런데 이 문화라는 것이, ‘어떤 공연을 보겠다’라는 것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가부장적인 관습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의 문화가 청년 여성을 답답하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송해리(송) : 저는 경남지역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경남지역은 남성 중심의 생계 부양모델이 강화되어있는 곳이에요. 여성들에게 부과되는 일자리는 사실 사회 보조적이죠. 문화적인 부분의 경우에는 공감을 정말 많이 하는데, 서울 같은 경우에는 플랫폼이 잘 형성되어 있지만 경남에는 청년 센터가 하나밖에 없었어요. 근데 이것마저도 폐지가 되면서 청년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죠. 그러면서 경남 청년들은 좀 더 개인화, 원정화, 고립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내 정체성을 좀 더 포용해줄 수 있는 곳, 내가 정말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는 곳이 되어야 지방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순미(이) : 결국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게 뭔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은데, 으쌰으쌰하고, 도모하고, 활동의 기회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계속 회사랑 집만 다니는 서울하고는 좀 다른 지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양희주(양) : 저는 행정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좀 정확히 찾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대 변화나 청년의 욕구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해 내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발굴을 해낼 때 성별의 차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해요. 왜냐하면 여성 같은 경우에는 남성에 비해 임금이 낮고, 경력 단절의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요.

- 정책적인 부분을 이야기해주셨는데, 지방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여성들에게 필요한 청년 여성 대상 정책이 있다면 무엇이 있다고 보십니까?

신 : 공간, 사회적 연결망, 돈, 시간. 이것들이 어떻게 공급이 되고 만들어지는가가 핵심인데 저는 청년 여성들이 에너지를 스스로 어떻게 조직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청년 여성들에게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인가, 목소리를 내주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예산 측면에서 중앙의 빨아들이는 힘을 줄이고, 지역을 여성들이 살만한 공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역’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농촌 지역으로 시선을 옮겨보겠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30대 이사 귀촌, 귀농의 인구는 2020년 151,086가구에서 2021년 158,600가구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습니다. 왜 이런 수치적 증가를 보였다고 분석하십니까?

이 : 증가 추세는 지난 몇 년 간 지속되고 있어요. 사실은 귀농 인구보다 귀촌 인구 증가세가 훨씬 두드러져요. 주류는 사실 귀촌인이죠. 귀농귀촌의 증가 트렌드는 최근 같은 경우 라이프스타일 이주예요. 도시에서의 이점을 유지하되 농촌 생활의 이점도 누리려고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트렌드에는 정책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주택을 지원하거나 농지를 구입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 많아지고 있고, 청년들에게는 2년 동안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농사를 목적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정책 효과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양 : 청년들이 성장해야 한다는, 도시에서의 압박을 피해서 농촌 공간에서의 좀 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이동한다고 생각해요.

- 여성신문이 만난 귀농한 여성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 귀농한 여성들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지에 대해서는 공감이 잘 안 돼요. 주도적으로 내려온 여성일수록 만족도가 높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제가 올해 한 200명 정도 5년 이내에 이주한 여성들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4분의 1 정도가 만족도도 안 좋고 더 우울하고 그랬어요. 그 여성들 중에 젊은 사람, 1인 가구가 많았어요.

양 : 제가 석사논문을 통해서 연구한 참여자는 총 8명이었는데, 어떻게 여기서 지속적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내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농작물 기르는 것도 어렵고. 그리고 정착 지원의 경우에도 1, 2년 단기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적 체계는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농촌에서의 삶 자체는 만족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 : 귀촌한 여성들은 기존의 관계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삶에 대한 탈출구를 바라는 느낌이 있어요.

- 농촌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청년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 일거리들이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그게 개인한테까지 정보가 가서 연계가 되도록 하는 것. 그래서 다중 경제활동 전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지금 여성들한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양 : 농촌에서의 삶을 지속하려면 동료들의 존재가 필요해요. 선배 귀농인을 연결해서 강의도 듣고 한다든지. 이런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정책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번째로는 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 논문 쓸 때 인터뷰하면서 알아낸 것 중 하나가, 비혼 여성 같은 경우에는 어르신들이 집을 잘 안 빌려주세요. 결혼하면 언제든지 떠날 존재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좀 더 농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게 필요해요. 지금은 농사만으로는 먹고살 수가 없어요. 투잡, 쓰리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런 부분이 해결이 되면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대한 문제도 같이 논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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