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수연,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15일 ‘2022 여성영화인축제’서 시상식
임순례 감독 “한국영화의 위상 드높인 큰 별”
문소리 배우 “우리 마음 속·스크린에서 영원할 것”
초대 ‘강수연상’ 문근영 “선배는 제 우상...
용기내어 열심히 연기하겠다”

‘202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수상자 고(故) 강수연 배우.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202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수상자 고(故) 강수연 배우.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한국영화의 선구자’ 고(故) 강수연 배우가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을 받았다. 동료·후배 여성영화인들은 고인을 기리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시상식은 1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광화문에서 열렸다. 시상자로 나선 임순례 감독은 “언제 같이 영화를 찍어야겠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게으른 생각이었음을 알려주고 떠났다”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큰 별, 오랜 시간 한국영화와 영화인을 알리려 혼신을 다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선아 여성영화인모임 대표는 “한국영화의 길을 닦은 선구자”라고 했고, 문소리 배우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명언을 남긴 강수연 배우의 ‘가오’는 우리 마음속에, 스크린 위에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강수연 배우는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이끌었다. ‘씨받이’(1986)로 한국 배우 최초로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월드 스타의 포문을 열었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7),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그대 안의 블루’(1992), ‘장미의 나날’(1994),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한반도’(2006), ‘달빛 길어올리기’(2011), ‘주리’(2013) 등에 출연해 열연했다.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받아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역사를 썼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심사위원을 맡았고, 이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다 2015년~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임명돼 ‘다이빙벨’ 사태를 진화했다. 영화 ‘베테랑’ 명대사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도 강수연 배우가 영화인들을 독려하며 자주 하던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 주연을 맡아 약 10년 만에 장편 상업영화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지난 5월 뇌출혈로 쓰러져 향년 56세로 별세했다. 

고인의 동생 강수경 씨는 “(수상자 소개 영상으로) 5개월 만에 언니 목소리를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언니에게 정말 잘 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언니를 기억하고 있고, 언니가 살아온 길을 폄훼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강수연 배우의 유작 ‘정이’는 오는 2023년 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202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수상자 고(故) 강수연 배우의 동생 강수경 씨가 지난 15일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여성영화인모임 제공
‘202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수상자 고(故) 강수연 배우의 동생 강수경 씨가 지난 15일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여성영화인모임 제공
‘202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강수연상’ 수상자 문근영 배우.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202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강수연상’ 수상자 문근영 배우.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문근영 배우가 올해 처음 제정된 ‘강수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영화인에게 주는 상이다.

문근영 배우는 영상 수상 소감에서 “제 우상인 강수연 선배님의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고 부담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아팠을 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배님을 만났는데, ‘사람들은 모두 다 너의 연기만 볼 거야, 너의 상처는 그 어떤 방해물도 흉도 되지 않을 거야’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더 큰 용기를 내어 열심히 연기하고 선배님이 닦아놓은 길 잘 뒤따라가는 후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15일 열린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 문근영 배우가 올해 처음 제정된 ‘강수연상’을 수상했다.  ⓒ여성영화인모임 제공
지난 15일 열린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 문근영 배우가 올해 처음 제정된 ‘강수연상’을 수상했다. ⓒ여성영화인모임 제공

(사)여성영화인모임이 이날 개최한 ‘2022 여성영화인 축제’의 하나로, 한 해 동안 주목할 만한 활약을 펼친 여성영화인을 조명하는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인 시상식이다. 영화 ‘오마주’ 신수원 감독이 최고상인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았다. 연기상은 ‘오마주’ 이정은 배우,  각본상은 ‘헤어질 결심’ 정서경 작가, 감독상은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이 수상했다. 기술상은 ‘범죄도시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특송’의 김선민 편집감독에 돌아갔다. 다큐멘터리상은 ‘미싱타는 여자들’의 김정영·이혁래 감독, 제작자상은 ‘장르만 로맨스’ 백경숙 제작자, 신인연기상은 ‘경아의 딸’ 하윤경 배우, 홍보마케팅상은 ‘불도저에 탄 소녀’, ‘오마주’, ‘그대가 조국’ 등을 담당한 로튼스마일크리에이션(대표 김태주)이 받았다. 문소리 배우가 사회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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