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공진원 주최로 8일~11일 코엑스서 열려
공예 분야 330여 개사 참가
인간성 상실·지속가능성 등
현대사회 문제 다룬 42개 팀 전시
여성 공예가들 작품도 눈길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이세아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이세아 기자

가방을 만들고 버려진 자투리 가죽을 가늘게 이어 붙이자 나이테를 닮은 멋스러운 작품이 됐다. 폐마스크가 투박하지만 견고한 의자로, 버려진 비닐봉투는 질감이 독특한 오브제로 되살아났다.

아름답고 독창적인, 관습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국내 최대 공예 축제 ‘2022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아름답고 쓸모 있는 결과물을 구슬땀 흘려 만드는 사람들, 새로운 재료와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양태오 총감독과 함께 지난 8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연 행사다. 주제관, 갤러리관, 브랜드관, 창작공방관, 대학관, 공진원(KCDF) 사업관 등으로 구성됐다. 공예 작가, 화랑(갤러리), 공방, 기관 등 330여 개사가 참여했다.

올해 주제관에선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을 주제로 작가 42팀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우리 공예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 나전칠기의 새로운 미래’라는 평을 받은 황삼용 나전칠기 장인의 ‘조약돌’,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김준수 가죽공예가의 작품들, 이상협 금속공예가의 은으로 만든 달항아리, 염색한 자투리 모시에 옻칠해 독특한 조각보를 선보인 이소라 작가 등이다.

황삼용 나전칠기 장인의 ‘조약돌’ ⓒ이세아 기자
황삼용 나전칠기 장인의 ‘조약돌’ ⓒ이세아 기자
김준수 가죽공예가의 작품들. ⓒ이세아 기자
김준수 가죽공예가의 작품들. ⓒ이세아 기자

환경 위기 시대, 버려진 물건들을 재료 삼아 독특하고 지속가능한 공예를 제시하는 작품들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버려진 마스크와 마스크 제작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자재로 만든 의자(김하늘 작가), 비닐봉투에 열을 가해 한지 같은 질감·양감을 갖춘 작품(김지선 작가), 버려진 그릇을 분쇄·재가공해 만든 도자기(물고기 작가),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부표 등으로 만든 조명과 모빌(이혜선 작가), 버스 손잡이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로 만든 의자(강영민 작가) 등이다.

‘2022 공예트렌드페어’에 전시된 이혜선 작가의 작품. 해양쓰레기를 재료로 재가공했다.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2022 공예트렌드페어’에 전시된 이혜선 작가의 작품. 해양쓰레기를 재료로 재가공했다.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앞쪽) 김하늘 작가가 폐마스크와 마스크 제작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자재로 만든 의자. ⓒ이세아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앞쪽) 김하늘 작가가 폐마스크와 마스크 제작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자재로 만든 의자. ⓒ이세아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강영민 작가가 버스 손잡이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로 만든 의자들. ⓒ이세아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강영민 작가가 버스 손잡이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로 만든 의자들. ⓒ이세아 기자

전시를 기획한 아트 에이전시 ‘시스터후드’ 측은 “공예는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손으로 만들어 인간적 감성을 전달하며, 지속 가능한 신소재나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공예의 속성을 살려 획일화된 일상, 인간성 상실, 자연·환경 파괴 문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최아름 시스터후드 대표는 “공예는 그 자체로 자신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안온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재료와 조형적 실험을 거듭하는 ‘공예가의 자세’를 보여주는 작품들,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한 ‘노동이 지니는 가치’를 보여주는 작품 등을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작가 5인이 뭉친 ‘크래프트우먼쉽’(Craftwomanship)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불가리 ‘오로라 어워즈’ 공예 부문 수상자인 김옥 옻칠공예가, 케이블타이로 독창적인 오브제를 만드는 김유정 작가, 투명한 레진에 여러 안료를 섞어 가구를 만드는 설희경 작가,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바뀌는 렌티큘러 소재로 가구를 제작하는 서현진 작가, 패브릭을 사용해 강렬한 색 조합과 패턴을 보여주는 서경신 작가가 참여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여성 작가 5인이 뭉친 ‘크래프트우먼쉽’(Craftwomanship) 부스. ⓒ이세아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여성 작가 5인이 뭉친 ‘크래프트우먼쉽’(Craftwomanship) 부스. ⓒ이세아 기자

공예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려는 이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전문 갤러리와 문화예술기관(갤러리관), 공예기업과 공방(브랜드관), 대학·대학원생 공예품 전시, 공진원(KCDF) 사업 결과물 전시 등 부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공진원은 “올해는 온라인 사전 전시와 해외홍보, 실시간 구매, 전문 안내(도슨트), 신진작가 발굴 등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했고, 공예작품 유통 지원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다양한 출품작을 지난 6월부터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 전시해왔다.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공예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전시 공간(뷰잉룸), 라이브 경매쇼도 열었다. 행사 첫날인 8일은 ‘비즈니스데이’로 지정, 사전 등록한 국내외 구매자, 기업 등을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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