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밤 10시15분부터 0시56분까지 119신고 87건
신고자 사망…'119다' 말에 답 못하고 주변소음만
전 용산경찰서장 11시전 상황 인지 정황도 확보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추모장 앞에 추모객들이 놓은 추모 메세지와 국화 꽃이 놓여 있다. ⓒ홍수형 기자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추모장 앞에 추모객들이 놓은 추모 메세지와 국화 꽃이 놓여 있다. ⓒ홍수형 기자

이태원 참사 최초 발생 추정 시간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 이후 현장에서 다수의 119신고가 접수됐으며 신고자들 가운데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30일 브리핑에서 “밤 10시 42분과 11시 1분 소방에 상황을 신고한 2명이 결국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통화 내역상 휴대폰 명의자와 사망자 2명이 같았다"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밤 10시 15분 이후 사망자를 줄이거나 부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사망자 유무를 밝힌 것은)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이 있었어야 했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특수본은 신고자가 왜 최종적으로 구조되지 못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30일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참사 당일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오후 10시15분부터 다음 날 0시56분까지 총 87건('신고 후 무응답' 건수 제외)의 119신고가 접수됐다.

10시20분쯤 한 신고자는 "다 보이진 않는데 열 명 정도 깔린 것 같아요"라며 이미 압사가 발생했음을 알렸다. 10시21분쯤에도 비명소리와 함께 "여기 사람 깔렸어요 사람"이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 이후로도 "저희 지금 언덕으로 내려가면 다 살 수 있거든요…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와 같은 위급한 내용의 신고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공개된 용산서 112무전망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35분쯤 "용산, 용산서장"이라고 무전을 한 뒤 "이태원 직원 동원사항 가용경력, 형사1팀부터 해서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다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 전 서장은 또 오후 10시32분쯤 송모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 전 서장이 국회에 출석해 밤 11시 이전쯤 상황을 인지했다고 증언한 것과 다르다.

특수본은 무전내용만 봐도 이 전 서장이 현장의 급박성을 훨씬 더 이전에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당시 수행직원, 무전 전후 통화 상대방에 대한 조사를 통해 수사를 이어왔다.

특수본은 이번 주 중으로 이 전 서장을 포함해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치리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전날서울청, 소방청, 용산구청, 용산보건소 소속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사전안전대책 수립 과정과 사고 전후 상황 처리 과정, 현장조치, 해밀톤 호텔의 건축법 위반 사항 등을 확인했다.

이날 오전에는 송은영 이태원역장과 유승재 용산구청 부구청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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