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지난 10월 27일 오후 산책 나온 아이들이 서울 은평구 은평평화공원에서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단풍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0월 27일 오후 산책 나온 아이들이 서울 은평구 은평평화공원에서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단풍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직원의 초등학생 아이가 요즘 학교에서 환경 수업을 받고 있다고 했다. 반가움도 잠시, 기후변화 책을 읽고 단원별로 시험을 계속 치러야 해서 일주일 내내 "환경 공부 너무 싫어!"를 외치고 있다고 하니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정확히 10년 전, 내 아이도 똑같은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교육청을 찾아가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해달라’고 했을 때 “교사도 없고 예산도 없어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NGO를 만들어 직접 환경 교육을 시작했다. 13년이 지난 지금, 높아진 국민 의식에 비해 학교 현장의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전국 교사 60만 명 중 환경 교사 수는 35명. 초중고 336개교당 1명씩 환경 교사가 배정되는 셈이고, 환경 교육 예산은 국민 1인당 240원 수준이다. 환경 교육을 흥미롭게 구상할 인력도, 예산도 없는 게 현실이다. 2020년 환경부와 17개 시도교육감이 “환경 위기 시대에 미래세대 주역인 학생들의 환경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교를 환경 교육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며 약속했던 ‘환경교육 비상선언’이 부디 잘 지켜지기를 바란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한 우리 아이들의 환경 교육,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일까? 환경에 대해 지식을 쌓는다고 모두 바로 실천으로 옮겨지지는 않는다.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과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어릴 때의 경험이 자연환경에 대한 태도, 가치관, 행동에 영향을 준다. 우리 아이들이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 자연이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사랑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키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도심에도 숲이 잘 조성돼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가까이에서도 쉽게 자연 체험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나 지자체, 여러 기관에서 운영하는 자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생태전문가를 통해 첫 발을 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를 비롯한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 ‘한 달에 두 번은 함께 공원에 나가서 자연과 친해지기’ 등 온 가족이 할 수 있는 약속을 정하고 함께 실천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색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나무를 보고,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과 자연을 느끼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이번 주에는 시험에 갇힌 환경 교육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 현장에서 환경 감수성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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