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중요한 진전...
생식능력 제거 수술 요구하는 등
인권침해적 성별정정 요건 바꿔야”

2021년 3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이  트랜스젠더 가시회의 날 맞아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021년 3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이 트랜스젠더 가시회의 날 맞아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미성년자 자녀 존재 여부가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독자적 요건이 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4일 트랜스젠더 A씨에게 법적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법적 성별정정에 대한 11년 만의 대법원 판결이다. 

결혼 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A씨는 2018년 이혼했다. 성전환 수술 후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상 자신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과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두 미성년 자녀들이 아버지의 성전환으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2011년 대법원은 이러한 논리로 미성년 자녀를 둔 신청인의 법적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11년 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트랜스젠더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므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성전환자의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는 이러한 “성전환자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하고, 성별정정 자체가 가족제도 내의 성전환자 부모로서의 지위와 역할이나 미성년 자녀가 갖는 권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이날 환영 입장문을 내고 “트랜스젠더 권리 인정의 문을 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차별과 낙인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는 법적 성별정정에 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폭력, 차별, 구직 어려움 등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설명했다. 법적 성별을 정정하려면 신청자에게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본인이 19세 이상일 것, 혼인 중이 아닐 것, ‘성전환증’ 진단을 받았을 것, 호르몬 요법에 의해 치료받고 생식능력을 상실했을 것 등 인권 침해적이며 차별적인 요건을 따라야 한다. 이로 인한 금전적, 신체적, 정신적 부담은 많은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 신청을 기피하는 원인이다(국가인권위원회, 2020).

윤 사무처장은 “정부는 정신과 진단, 강제 불임시술 및 성기재건수술 등의 의학적 치료, 혼인 상태나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과 같은 기타 인권 침해적이며 차별적 요건이 부과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며 “법적 성별정정은 개인의 자기결정에 기반한 신속하고, 접근성 높고, 투명한 행정절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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