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희정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2022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학술부문 수상
인체 세포막 단백질 구조 연구 힘써

최희정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본인 제공
최희정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본인 제공

올해 초 한국 과학자들이 ‘비만 단백질’의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최희정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다. 식욕 조절 기능과 연관된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와 작용 원리를 밝힘으로써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이 공로로 2022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학술부문을 수상했다.

최 교수는 세계 최초로 인간 구아닌-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밝힌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브라이언 코빌카 미 스탠포드대 교수 연구실에서 일하며 이룩한 업적이다.

“코빌카 교수님이 방한하셨을 때, 다른 연구자들 앞에서 저를 두고 ‘GPCR 연구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고 칭찬하셔서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또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최 교수가 주목해온 GPCR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쉽게 말해서 우리 몸의 모든 생리작용을 통제하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이다.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외부에서 온 신호나 자극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후각 세포가 냄새를, 미뢰 세포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모두 GPCR이 있어서다. 중요한 영역이고, 아직도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GPCR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파악해 신약을 개발하면 부작용이 적고 효율적인 질병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체엔 냄새를 받아들이는 후각수용체가 400개뿐인데 우리는 훨씬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잖아요. 어떻게 냄새 분자를 인지하고 전달하는지도 연구 중입니다. 좋은 치료제 개발로까지 확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최희정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본인 제공
최희정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본인 제공

최 교수는 서울대 화학 학사, 생화학 석사, 생화학/구조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구조연구센터(1995년~2000년), 스탠포드대 구조생물학과 연구원(2000년~2012년)을 거쳐 2012년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021년 서울대 학술연구교육상, 올해 (사)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선정 KSMCB 여성생명과학자상을 수상했다.

후배들을 잘 지도하는 것도 그의 주요 과제다. 학부, 대학원에서는 인기 교수로 통한다. “제 생화학 강의를 들은 학부생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인 줄 몰랐다’며 연구 실습 문의를 해왔어요. 지도하는 학생들이 늘수록 어깨가 무겁지만 저 역시 학생들에게 많이 배웁니다.”

특히 결혼·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그도 미국 연구원 시절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놓지 않으려 분투했던 경험이 있다. “홀로 고민하지 말아요. 힘들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세요. 남들과 나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열정이 있다면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어요.”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제가 몸담은 서울대에는 학내 어린이집이 있어서 아이 돌봄에 큰 도움이 되지만, 4~5년 전만 해도 ‘아이가 생긴 순간부터 어린이집 대기 신청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할 만큼 규모가 작었어요. 육아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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